세부 지표에서도 두 선수는 나쁘지 않다. 앤더슨의 올해 기록이야 더 말하기 귀찮은 수준이고, 화이트 또한 피안타율은 0.210,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1로 훌륭한 편이다. 더 나아질 여지를 가지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원투펀치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두 선수가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고 또 확신했다. 다만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한화가 조금 위라고 인정했다.
한화 원투펀치가 가진 특별한 장점 때문이다. 바로 이닝 소화다. 선발 투수의 최고 덕목인 이닝 소화 측면에서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는 7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성적은 물론 폭발력이 좋았다. 실제 25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아리엘 후라도(삼성)로 103⅓이닝이다. 2위가 폰세(101⅔)이닝, 3위가 와이스(98⅓이닝)다. 평균자책점 이상의 가치다.
그런데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수도 잘 던져야 하지만, 야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실책 하나라도 나오면 투구 수는 더 불어나게 되어 있고, 그렇다면 이닝 소화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책이 나와 이닝이 마무리가 안 돼 불필요하게 5~10개의 공을 더 던지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와이스의 이날 컨디션도 좋은 게 아니었다. 좋을 때는 시속 156~157㎞에 이르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이날은 154.4㎞에 머물렀다. 제구도 좋지 않았다. 공이 몰리거나, 혹은 타자들을 유인하기에는 너무 빠졌다. 하지만 수비도 그런 와이스를 도와주지 못했다. 경기 초반 실책이 몰리면서 마운드가 괴로웠고, 이는 끝내 팀의 2-7로 완패로 이어졌다. 후라도가 좋은 수비 지원을 받으며 7이닝을 먹어치운 것과는 대비됐다.
좋은 두 외국인 투수가 나온 만큼 선취점 싸움이 중요했는데 와이스는 1회부터 실점했다. 선두 김지찬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고, 1사 1루에서 실점했다. 구자욱이 중견수 옆 안타를 때렸고, 발 빠른 주자 김지찬이 3루로 내달렸다. 그런데 여기서 중견수 리베라토가 공을 한 번에 포구를 못 했다. 이를 본 구자욱이 2루까지 달렸고, 김지찬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오며 삼성의 첫 득점이 만들어졌다.
2회에도 수비 실책이 나왔다. 선두 이재현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김지찬이 희생번트를 댔다. 이를 포수 이재원이 잡아 1루로 던졌지만 공이 옆으로 새면서 우익수 방면으로 빠져 나갔다. 1루에서 2루까지 간 이재현도 이 실책을 틈타 무난하게 3루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 공을 잡은 우익수 이진영의 플레이가 안일했다. 최대한 빨리 내야로 안전하게 공을 던져 추가 진루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송구가 빗나가며 오히려 이재현이 홈까지 들어간 것이다. 한화로서는 허탈한 실점이었다.
결국 1회와 2회, 수비 실책과 와이스의 제구 난조가 더해져 합계 4점을 내준 한화는 쉽사리 추격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채 2-7로 졌다. 수비 실책이 경기 흐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진영도 실책 때문인지 일찌감치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화가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