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구본진의 그 사람의 글씨] [9] 우상향하는 단단한 선… 에디슨의 도전 정신

조선일보 구본진 필체 연구가·변호사
원문보기

[구본진의 그 사람의 글씨] [9] 우상향하는 단단한 선… 에디슨의 도전 정신

서울흐림 / 29.2 °

지금 한국 사회는 불확실성과 정체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청년은 기회를 기다리며 서 있고, 중년은 무너지는 시스템 안에서 버티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제자리걸음을 강요받는 시대에 필요한 덕목은 찬란한 성공이 아니라 조용한 ‘견딤’이다. 나는 그 ‘견딤’의 상징으로 한 사람을 떠올린다. 토머스 에디슨. 그는 단순한 발명가가 아니라, 인내와 실패의 철학으로 시대를 바꾼 인물이다.

에디슨의 서명 첫 글자인 ‘T’는 길고 강하게 오른쪽으로 뻗어 있다. 이는 남다른 추진력과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주저함 없이 나아가는 직선은 결단력과 정면 돌파의 성격을 드러낸다. 또 ‘E’는 부드럽게 올라가다 갑작스럽게 꺾이는 독특한 구조인데, 이는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나타낸다.

그의 서명은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며, 글자의 크기와 경사가 일정하지 않다. 이는 ‘완결된 정답’보다 ‘진행 중인 과정’이라는 삶을 보여준다. 규칙과 형식보다는 실험과 도전으로 삶을 채워간 한 인간의 흔적이 서명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와 ‘n’에서 나타나는 긴 가로선이다. 이는 강한 인내심을 상징한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효과 없는 방법 2000가지를 찾아낸 것뿐이다”라는 그의 유명한 말처럼, 에디슨은 실패를 기록하고 분석하며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간 집요한 사고를 한 인물이다. 그의 발명은 한순간 직관이 아닌, 반복과 기록이라는 인내의 산물이었다.

지금 모두가 마주한 가장 깊은 두려움은, 실패 자체보다 한 번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서명은 조용히 속삭인다. 성공은 비틀리고 거칠며, 완벽하지 않은 선에서 시작된다고. 그가 만든 것은 단지 전구가 아니라, 실패를 품은 실험 시간이었다. 멘로 파크의 마법사였던 그가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빛은 언제나 가장 어두운 실패 속에서 탄생한다.” 인고의 시대, 우리는 에디슨처럼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

[구본진 필체 연구가·변호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