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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중동 리스크 직면…합병 앞두고 변동성 ‘악재’

디지털데일리 황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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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중동 리스크 직면…합병 앞두고 변동성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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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할증료 바닥 다지고 8월부터 상승 전망

[디지털데일리 황대영 기자] 아시아나와 합병을 앞둔 대한항공이 중동발 리스크에 직면한 모양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까지 공습에 나서면서 국제 원유 수송망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면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유가 변동에 따라 수익성 변동성까지 덮쳤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8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IT) 선물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배럴당 73.84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0.46% 올랐다. 최근 3개월 내 최고가다.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는 계절적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JP모건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경우, 유가가 최대 1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은 대한항공에 직격탄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운항 비용 중 약 30~35%가 유류비로 구성돼 있으며, 유가가 1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43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 배럴의 기름을 사용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후 반등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 흐름을 보이던 대한항공으로선 다시 수익성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연료비에 따른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구매 수요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4개월 연속 유류할증료를 인하해왔으며,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일본 노선을 이용한 항공 승객은 총 1124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동 정세 악화와 유가 상승으로 8월부터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시차를 두고 항공권에 반영된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한 달 후 유류할증료가 올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다.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둔 8월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항공권 예약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중동 지역을 운항하는 주요 노선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지난 2023년 10월 홍해 무력 충돌 이후 텔아비브 노선을 중단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동·아프리카 노선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동 상공을 통과하는 여객기 노선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화물 운송 부문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왔고, 중동 및 유럽과 연계된 고부가 항공화물 루트를 여전히 운영 중이다. 이들 노선에서 연료비 상승과 우회 항로 필요성이 결합될 경우, 운항 비용 전반에 걸쳐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 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최근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스라엘·미국 공습 이후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마무리 짓고, 운항 체계와 비용 구조 전반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다. 하지만 유류비 상승은 두 회사의 통합 항공기 운영 전략과 노선 재배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거리 중심의 아시아나와 장거리 중심의 대한항공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연료비 상승은 노선 효율성 재평가를 불러와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항공사는 국제 정세와 유가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장기적으로는 연료비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운항 전략, 탄소중립 항공연료(SAF) 도입 확대 등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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