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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발해 외교·국방장관 회의 취소"

조선일보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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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발해 외교·국방장관 회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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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미국 백악관에 게양된 성조기와 일장기.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 게양된 성조기와 일장기.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미국의 갑작스러운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발해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외교·국방 장관 회의(2+2 회의)를 취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과 일본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다음 달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할 예정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종전에 제시했던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콜비는 지난 3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일본이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에 GDP의 2%로 증액하는 현행 계획은 명백하게 불충분하다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방위비를 3%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일본의 2025년도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으로, 일본은 2027년도에 이를 GDP의 2%로 올릴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비가 요구를 수정해 방위비를 GDP의 3.5%로 올리라고 요청하자 일본 정부 내에서 분노가 확산했고, 결국 2+2 회의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결정이 다음 달 20일 치러질 참의원(상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FT에 전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집권 자민당 입장에선 선거를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요구를 받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일 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여겨 온 일본이 회의를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2+2 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기대감이 컸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일본이 2+2 회의에 매우 높은 우선순위를 둬 왔다”며 회의 취소는 미·일 관계의 전망에 대한 일본의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에도 방위비 대폭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 국방부 션 파넬 대변인은 지난 19일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요구하는 것처럼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요구는 현실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이며, 결국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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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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