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막 청룡기에 뜬다…
‘한국판 오타니’ 광주제일고 김성준
‘한국판 오타니’ 광주제일고 김성준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제일고 실내 연습장에서 3학년 주장 김성준이 청룡기 고교야구 출전을 대비해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그는 졸업 후 미국 무대로 직행해 본격적으로 ‘이도류’ 도전에 나선다. /김영근 기자 |
‘한국판 오타니’가 청룡기에 뜬다. 광주제일고 3학년 주장이자 한국 고교 야구를 대표하는 ‘이도류(二刀流·투타 겸업)’ 김성준(18)이다. 185cm, 82kg인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 내야수로 고교 통산 3할에 육박하는 타율에다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까지 갖췄다. 이런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최고 시속 154㎞ 직구를 포수 미트에 꽂아버린다. 고교 통산 투수로는 29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3.43, 타자로는 52경기 타율 0.299 4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92를 기록했다.
김성준의 투타 겸업 재능을 알아본 곳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활약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였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계약금 120만달러(약 16억5000만원)를 안기며 김성준과 지난달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맺었다. 김성준도 한국 야구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도류를 실현할 무대로 미국을 택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제일고 실내 연습장에서 만난 3학년 주장 김성준.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그는 졸업 후 미국 무대로 직행해 본격적으로 ‘이도류’ 도전에 나선다. /김영근 기자 |
28일 개막하는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 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출전을 앞둔 김성준은 “마지막 청룡기 무대에서 광주일고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일부러 더 어려운 길 택했다”
김성준은 작년부터 레인저스에서 꾸준히 연락을 받았다. 레인저스 스카우트나 현지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고, 비시즌에는 전력 분석팀 자료까지 김성준과 공유했다. 김성준은 “진심이 느껴졌다”며 “제가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니 오히려 더 천천히 설득해 왔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
부모도 반대했고, 김성준도 고민이 앞섰다. 고교 유망주가 미국에서 바로 성공할 확률은 낮고, 실패하면 한국으로 돌아올 때 선택지도 좁아진다. 무엇보다 이미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거론됐기에 한국에 잔류한다면 ‘수퍼 루키’로 주목받으며 계약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인저스는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김성준은 주변의 반대에도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각오로 결국 계약서에 서명했다. 김성준은 “일부러 더 어려운 길, 도전하는 길을 택한 것”이라며 “내가 못 할 거라고 남들이 말할 때 오히려 더 끌렸다. 해내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투타 모두에서 경기를 지배하고 싶다고 했는데, 레인저스가 그걸 받아줬다”고 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제일고 실내 연습장에서 3학년 주장 김성준이 청룡기 고교야구 출전을 대비해 자체청백전을 치렀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그는 졸업 후 미국 무대로 직행해 본격적으로 ‘이도류’ 도전에 나선다. /김영근 기자 |
김성준은 ‘국내 어느 프로 팀도 고졸 신인의 투타 병행을 지원해 줄 수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김성준의 투타 겸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진출 전 일본에서 훈련한 내용을 참고해 ‘김성준 전용’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김성준도 미국 무대에서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부모님도 함께 가지 않고, 낯선 환경에서 언어, 음식, 문화까지 다 적응해야 한다”며 “성격도 경기장에선 예민한 편이라 빨리 바꾸려 한다”고 했다. 영어 과외도 하고 있고, 레인저스 구단도 개인 통역과 어학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제일고 실내 연습장에서 3학년 주장 김성준이 청룡기 고교야구 출전을 대비해 자체청백전을 치렀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그는 졸업 후 미국 무대로 직행해 본격적으로 ‘이도류’ 도전에 나선다. /김영근 기자 |
김성준은 “미국은 실력으로만 증명하는 곳이라고 들었다”며 “레인저스에선 4~5년 정도 마이너리그 생활 후 메이저리그 입성을 기대하지만, 그보다 빨리 큰 무대에서 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처음엔 미국 진출에 강하게 반대하던 부모님도 마음을 돌렸다. 김성준을 지도한 조윤채 광주제일고 감독은 “(광주일고 출신 메이저리거) 김병현도 성준이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더라”며 “체력 훈련과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 투수나 타자로서 기량이 급성장할 재능이 충분하다”고 했다.
◇”청룡기 목표는 무실점 투구와 5할 타율”
내년 미국행을 확정한 김성준은 현재 광주일고의 청룡기 우승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조 감독 역시 김성준의 활약을 기대한다. 조 감독은 “투수진이 부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김성준이 있는 한 언제든 돌파구는 있다”고 했다.
김성준의 태몽은 황금색 용인 ‘황룡(黃龍)’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태몽에도 용이 등장했으니 ‘청룡’도 꼭 잡고 싶다”며 웃었다. “작년에 5이닝 무실점으로 덕수고를 막았던 기억이 강하다”며 “그 행복을 또 느끼고 싶다”고 했다.
광주일고는 지난해 청룡기 8강에서 우승 후보였던 덕수고를 3대2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당시 2학년이던 김성준은 3루수를 보다가 5회에 글러브를 바꿔 끼고 마운드에 올랐다. 1점 차로 쫓기면서도 최고 구속 150km 강속구를 자신 있게 던져 5이닝 동안 안타 1개도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 4탈삼진 3볼넷을 기록했다. 광주일고는 4강에서 마산용마고에 2대3으로 패했다. 김성준은 “이번 청룡기 대회에서 개인적 목표는 투수로는 무실점 투구, 타자로는 타율 0.500을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가 광주일고의 김성준(가운데)을 국제 자유 계약 선수로 영입하고 홈구장인 미국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입단식을 지난달 19일 치뤘다. 사진은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는 김성준. /뉴스1 |
김성준은 “실패가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성공한 모습을 계속 그리고 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투타를 해내 시속 160㎞로 던지는 10승 투수, 40홈런-40도루를 하는 타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꼭 해내겠다”고 했다.
[광주=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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