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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 김성균 "악역 연기, 내 팔자인 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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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 김성균 "악역 연기, 내 팔자인 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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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한강경찰서 강력2팀 팀장 양정호 역으로 열연
재회한 손석구 향한 신뢰 "좋은 동료"


김성균이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성균이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김성균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다. 악역부터 따뜻한 아버지, 형사까지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과거에는 악역이 자신의 '팔자'인 줄 알았단다.

최근 김성균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추리 스릴러다. 김성균이 연기한 양정호는 한강경찰서 강력2팀 팀장이다.

김성균이 '나인 퍼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성균이 '나인 퍼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성균은 가족들이 '나인 퍼즐'을 재밌게 봤다고 밝혔다. 아내 또한 작품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단다. 김성균의 아내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며 작은 TV로 작품을 보다가 '이건 이렇게 보면 안되겠다'고 하더니 자리를 잡고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내가 재밌다는 얘기를 계속 해줬다"는 게 김성균의 설명이다. 그는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양정호 역을 소화하면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감독은 김성균에게 성직자 같은 면모를 연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김성균은 양정호의 이타심과 관련해 '인간이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평생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의인들이 있다는 점을 떠올렸고, '정호도 그런 인물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호가 진범이라는 추측을 제기했는데, 이와 관련해 김성균은 "짜릿했다. 범인으로 의심당하는 것이 굉장히 재밌는 경험인 듯하다. 시청자와 함께 재밌게 논 기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성균은 넷플릭스 'D.P.'에 함께 출연했던 손석구를 '나인 퍼즐'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한샘과 정호가 돈독한 사이"라면서 "전작을 석구와 정말 진하게 해봤다. '나인 퍼즐' 때는 친분이 쌓는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친한 만큼 촬영 중에도 각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신의 연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 고민을 털어놓고, 상대가 솔직한 생각을 들려주는 상황이 이아졌단다. 김성균은 손석구에 대해 "좋은 동료"라고 말했다.

현봉식이 연기한 최산은 MZ 막내 형사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에게서 MZ 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단다. 김성균은 "과거에는 현장에서 식사 시간에 감독님, 선배님을 챙기고 줄 서서 다 같이 먹고 티타임을 했다. 그렇게 하면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봉식이는 식사 시간이 되니 사라졌다. 밥줄 제일 앞에 서 있더라. 밥 먹고 취침하는 게 루틴인 거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 그 누구도 이런 것을 신경 안 쓴다"고 이야기했다. 현봉식을 보고 '좋아 보이는데?'라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 또한 밥 시간이 되면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밥을 서둘러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단다. '나인 퍼즐'에서는 각자 원하는 대로 오롯이 휴식 시간을 즐기는 분위기가 생성됐다. 김성균은 "'봉식이한테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성균이 과거를 회상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성균이 과거를 회상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현재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고 있는 김성균이지만 과거 그는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었다. 김성균은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악역 조연으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야 한다고 느꼈고, 사람들도 그걸 원할 거라고 믿었다. 내가 가진 몽타주와 연기 스타일을 봤을 때 '난 이렇게 쭉 악역을 하며 살아가는 팔자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성균은 "그걸 한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연기하는 자신을 보니) '내가 나에 대해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새로운 작품에 출연할 때 목소리까지 다르게 내는 등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스펙트럼을 넓히려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똑바로 하자'라는 생각을 품고 연기한다. 김성균은 "배우는 자신의 모습을 속이는 작업을 한다. 대중이 나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만큼 해가 넘어갈수록 그 작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늘 그러했듯,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꾸준한 인간'을 꿈꾼다.

김성균은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목수가 됐을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무를 자르고 톱질과 못질을 하는 것을 좋아한단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 김성균은 자녀들에게 그네를 만들어 선물해 준 적도 있다.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 중 실제 자신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는 '응답하라 1988' 속 정봉이 아버지인데, 그 역시 늘 가족들과의 화목한 분위기를 꿈꾸고 있단다. 김성균이 배우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