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톨스토이문학상 수상
신작 ‘밤새들의 도시’로 방한
예술가와 예술 간 사랑 이야기
“한국 지성인서 본보기 찾아”
신작 ‘밤새들의 도시’로 방한
예술가와 예술 간 사랑 이야기
“한국 지성인서 본보기 찾아”
“저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라거나 미국인 소설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한국인 소설가라 생각해 왔습니다. 김지하 시인, 박노해 시인 같은 1970~1980년대 지성인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왜 미국 문학에서 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 없었는지와 본보기는 사실 한국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사진) 작가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 호텔에서 열린 ‘밤새들의 도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 소설가’로 규정했다.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지성인이자 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예술인의 면모를 갖춘 한국 작가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는 “예술과 삶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왜 이런 사람 됐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 이유는 피나 DNA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인들은 사회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에 대한 애정도 크다. 영어로 소설을 쓰지만 한국어의 특성인 의성어와 의태어를 즐겨 사용하고, 한국어판 번역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강연이나 기고문은 한국어로도 집필한다.
김 작가는 “한국어가 저한테 주는 장점은 철학과 가치관, 사고방식”이라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과 연민은 영어가 주는 감정은 아니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사물에도 인간성을 부여하는 연민이자, 시적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문학은 메타포”라며 “메타포적 성질이 강한 한국어는 굉장히 문학적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번역본 출간 과정이 원작 집필 때보다도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보통 소설 번역서는 번역자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김 작가는 번역 표현을 매일 검토하고 의견을 피력하며 참여했다. 그는 “한 글자 한 글자, 표현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경 썼다”며 “번역가가 훌륭히 번역해 주셨지만, 내가 생각한 한국어의 운율과 표현을 가미해 최대한 맛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했다.
‘밤새들의 도시’는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에서 식민지 조선의 격랑을 겪는 인물들을 통해 역사와 사랑, 인간의 생존 본능을 ‘교향곡’처럼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레 무대 위에서 한 예술가가 자신과 싸우는 내면의 전쟁을 ‘협주곡’처럼 그려냈다. 김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