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즈 메트러웰리 신임 국장
영국 해외 첩보 기관 'MI6'의 새로운 국장으로 임명된 블레즈 메트레웰리./AP 연합뉴스 |
첩보 영화 007 시리즈의 배경으로 유명한 영국 정보 기관 MI6가 11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수장에 임명했다. SIS(비밀정보부·Secret Intelligence Service)로도 알려진 MI6은 해외 정보 수집과 국가 안보를 위해 창설된 기관이다.
로이터·BBC 등은 블레이즈 메트러웰리(47)가 MI6 신임 국장으로 지명됐다고 15일 보도했다. 메트러웰리는 올가을 퇴임하는 리처드 무어(62) 현 국장의 뒤를 이어 MI6의 제18대 국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유럽 내 파괴 공작 대응, 대(對)중국 첩보 활동, 이란의 테러 저지 등이 1909년 MI6 창설 이래 첫 여성 수장인 메트러웰리의 주요 임무가 될 전망이다. G7(7국)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례 없는 글로벌 위협 속에서 메트러웰리의 지명이 이뤄졌다”며 “그가 국가를 수호하는 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메트러웰리는 “리더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돼 자랑스럽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
메트러웰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1999년 MI6에 합류했다.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국장 지명 직전까지 MI6의 기술·혁신 담당자로 활동했다. 영국 국내 정보 기관 MI5에서도 간부급 보직을 맡은 경험이 있다.
메트러웰리의 지명은 007 시리즈의 여성 MI6 수장 ‘M’을 연상시킨다. ‘골든아이’(1995)부터 ‘스카이폴’(2012)까지 7편의 영화에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여성 상사 M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은 1992년 MI5의 첫 여성 국장으로 임명된 스텔라 리밍턴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졌다. MI5는 리밍턴을 포함해 지금까지 두 명의 여성 수장을 배출했다. 2023년에는 암호 해독, 사이버 보안 등을 담당하는 정부통신본부(GCHQ)에서도 여성 국장이 나오는 등 영국 정보 기관은 최근 여성 수장이 많아지는 추세다.
영화에서 M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메트러웰리는 취임하면 M이 아닌 ‘C’라는 코드명으로 불리게 된다. 국장은 보안상 요원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 MI6에서 실명이 알려지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내부에서는 알파벳 코드명으로 주로 불린다. C는 MI6의 초대 국장인 맨스필드 스미스-커밍이 자신의 성(姓) 커밍(Cumming)을 서명에 활용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직의 최고위 직급(Chief)이라는 의미도 있다.
메트러웰리가 MI6에서 맡았던 기술·혁신 담당은 007 영화의 ‘Q’에 가깝다. 병참장교(Quartermaster)를 의미하는 영화 속 Q는 본드카와 폭탄 볼펜 같은 비밀 무기를 만들어 본드에게 공급하고, 해킹과 정보 분석으로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로 나온다. MI6에서 사용되는 공식 코드명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맡는 부서가 영화에서처럼 ‘Q부서’로 불리기도 한다. MI6와 달리 MI5는 코드명을 사용하지 않으며, 국장은 수장(Director General)의 약자인 ‘DG’로 통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