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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2000원" 李대통령 식품값 압박에도…'풍선효과' 가능성 여전

뉴스1 김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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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2000원" 李대통령 식품값 압박에도…'풍선효과'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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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의 역설…일시적 가격 안정 후 가격 급등 사례

근본 해법은…전문가들 "유통 구조·수입선 개선이 핵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라면을 정리하고 있다. 2025.6.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라면을 정리하고 있다. 2025.6.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값을 직접 언급하며 새 정부의 식품 가격 억제 기조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정 공백기에 급등한 가공식품이 안정적 흐름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다만 과거 정부의 반복된 가격 통제가 오히려 '풍선 효과'를 낳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새 정부가 유통 구조 개선 등 근본 해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솟는 먹거리 물가에…대통령·총리 후보자, 잇단 물가 단속

16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새 정부는 식품업계에 대한 가격 압박을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정부 관계자에게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한다. 라면 한 개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고 물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3일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물가 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 직후 식품 가격을 직접 언급하고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으면서, 지난 정부와 같은 가격 압박이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전체 소비자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서민 가계와 밀접한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상승폭이 크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고물가 시기였던 지난 2023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1%에서 5월 1.9%로 0.2%포인트(p) 내렸으나, 가공식품은 두 달 연속 4%의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외식도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넉 달째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진 국정 공백을 틈타 식품업계가 집중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0곳이 넘는 식품 외식업체가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가격 압박을 본격화함에 따라, 좀처럼 줄지 않았던 서민 먹거리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작은 제스처나 구두상의 발표만 해도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이 가격 인상 요인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행동을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과거 '반짝 억제' 후 결국 인상…정부-업계 물가 '줄다리기' 반복 가능성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직접 나서더라도 가격 정체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물가 상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 세계적 고물가 시기를 겪은 지난 윤석열 정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3년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면 업계를 향해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라면 업체들이 원가 인하 효과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라면 이외에도 빵, 과자, 유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른바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28개 품목을 지정해 밀착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라면, 제과, 제빵업계 등 일부 업체는 4~7%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이후 국정 동력이 사라지자, 식품업계는 집중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달 라면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하면서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도 생활 밀접 품목 52개를 선정해 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다만 'MB 물가 품목'의 임기 5년간 가격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1.6배 높아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눌러도 언젠가는 올리기 마련이므로 정부의 가격 개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가격 압박과 등 단기 처방에 얽매이기보다는, 근본 해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 교수는 "식품 수입선을 다변화해서 가격이 오른 품목 수입을 원활하게 하고 필요 품목에 할당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며 "농업 수확량과 시장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관측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생산자보다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강한 측면이 있다. 원가 상승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가격이 부풀려질 수 있다"며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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