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경이코노미 언론사 이미지

최대주주만 좋은 결정 언제까지 [편집장 레터]

매경이코노미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원문보기

최대주주만 좋은 결정 언제까지 [편집장 레터]

서울맑음 / 30.6 °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요즘 롯데렌탈 인수 문제로 머리가 아픕니다.

어피니티는 지난 3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수 계약이 이뤄진 바로 그날, 롯데렌탈 이사회는 주당 2만9180원에 유상증자를 결의합니다. 이 유상증자 물량은 어피니티가 모두 떠안았죠. 바로 이 지점에서 뭔가 수상함이 감지됩니다. 어피니티가 롯데그룹으로부터 사들인 롯데렌탈 지분은 1주당 7만7115원에 가격이 결정됐습니다. 당시 롯데렌탈 주가 대비 165%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었죠. 반면 유상증자 주당 가격은 그냥 시가대로 결정됐고요.

유상증자는 기업이 돈이 필요할 때 신주를 발행해 그 주식을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것입니다. 기업은 이자를 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좋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시그널이 아닙니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보유 지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어피니티는 왜 유상증자를 단행했을까요? 이 유상증자로 어피티니 지분율은 63.5%까지 늘어났습니다. 유상증자 단가를 ‘팍’ 낮춘 관계로 매입 단가는 6만4530원으로 낮아졌고요. 결론적으로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경영권 프리미엄을 그만큼 덜~ 주고 롯데렌탈을 인수했다~ 뭐 그런 얘기쯤 되겠습니다.

롯데는 경영권 프리미엄 빵빵하게 받고 지분을 넘겼으니 이후 롯데렌탈이 유상증자를 하든 말든 상관이 없습니다. 어피니티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단가를 좀 더 낮춰서 인수한 데다 어쨌든 본인들이 인수한 롯데렌탈에 돈이 추가로 들어오는 거니 또 나쁠 게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별로 좋지 않은 이들은? 롯데와 어피니티를 제외한, 롯데렌탈 지분을 들고 있던 다른 모든 주주들이죠. 그뿐인가요. 2021년 상장한 롯데렌탈 주가는 줄곧 공모가 5만9000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6월 12일 종가가 무려 3만4200원입니다. 그렇잖아도 손해 보고 있는 판에 주식 가치가 더 희석된다? 당연히 머리에 김 날 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롯데렌탈 주주인 VIP자산운용은 최근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재명정부는 M&A 과정에서 매각 프리미엄을 대주주뿐 아닌 소액주주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동일하게 대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기업을 인수할 때 최대주주가 가진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가져오면 됐지만, 앞으로는 소액주주 보유 물량까지 프리미엄을 주고 사와야 할 수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이재명정부 1호 경제 법안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하라’는 게 핵심입니다. 상법 개정안이 적용된다면 이번 유상증자를 결의한 롯데렌탈 이사들은 모두 ‘이사의 충실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게 되죠.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죠. 기업이 최대주주만 좋은 결정을 해온 게 어디 한두 건입니까(p.20~32).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