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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하차투랸 콩쿠르 3위…“지휘 기회 적어 무리해 도전하게 돼” [인터뷰]

헤럴드경제 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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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하차투랸 콩쿠르 3위…“지휘 기회 적어 무리해 도전하게 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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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투랸 국제 지휘 콩쿠르 3위·특별상
다음 시즌 폴란드 크라코프 오페라 지휘
하차투랸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와 특별상에 오른 지휘자 박근태 [하차투랸국제지휘콩쿠르 제공]

하차투랸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와 특별상에 오른 지휘자 박근태 [하차투랸국제지휘콩쿠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젊은 한국인 지휘자가 좋은 무대에 설 기회는 흔치 않아요. 그래서인지 무리해서라도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휘자 박근태(33)가 아르메니아를 대표하는 지휘자 하챠투랸을 기리는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이후 콩쿠르 도전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박근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예레반의 하차투랸 콘서트홀에서 열린 결선 무대에 올라 아르메니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차투랸 교향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지휘했다.

콩쿠르는 소련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아람 하차투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3년 설립됐다. 피아노·첼로 등의 부문으로 나뉘어 열리며 지휘 부문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됐다.

박근태는 콩쿠르에 대해 “아르메니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하차투랸의 작품을 하차투랸 콘서트홀에서 아르메니아 국립 교향악단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권위 있는 콩쿠르답게 경연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지휘 부문에는 286명이 지원해 6명이 결선에 올랐다. 그는 3위와 더불어 이번 대회 지정곡 중 하나인 펜데레츠키의 오페라 ‘실낙원’ 중 아다지에토에 관해 우수한 해석력을 보여 펜데레츠키 특별상도 받았다. 펜데레츠키 특별상을 시상한 폴란드 크라코프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피오트르 술콥스키 (Piotr Sułkowski)는 박근태에게 “이 상을 주게 돼 영광이고, 다음 주에 펜데레츠키 여사를 만나는데 이 기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하차투랸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와 특별상에 오른 지휘자 박근태와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피오트르 술콥스키(뒷줄 가운데) [하차투랸국제지휘콩쿠르 제공]

하차투랸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와 특별상에 오른 지휘자 박근태와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피오트르 술콥스키(뒷줄 가운데) [하차투랸국제지휘콩쿠르 제공]



이번 콩쿠르에서의 수상으로 박근태는 또 하나의 세계적인 악단에 눈도장을 찍었다. 아르메니아 국립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인 세르게이 심바티안은 박근태를 따로 찾아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척 좋아해 다음 시즌에 꼭 부르고 싶어한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또 10월엔 아르메니아 국립 교향악단의 독일 투어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폴란드 크라코프 오페라의 피오트르 술콥스키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박근태에게 다음 시즌 오페라 프로덕션에 초대했다.

그는 “콩쿠르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젊은 지휘자에겐 굉장히 중요하다”며 “심사위원의 피드백, 같이 참가한 참가자들의 리허설과 연주를 보면서도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하차투리안을 잘 이해하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차투리안의 작품을 지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며 “지금 수석부지휘자로 일하고 있는 루마니아 바나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에네스쿠의 작품을 연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며 기쁜 마음을 들려줬다.

박근태는 현재 베를린 노이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겸 부예술감과 바나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부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이미 세계적인 지휘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 소식도 전해왔다. 2022 프랑스 드 보줴 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선 한국이 최초로 우승했고, 2023년엔 국립심포니 지휘자 워크숍에서 최우수 지휘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루마니라 에리히 베르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선 에리히 베르겔 상과 오케스트라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