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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스라엘-이란 전면 대결, 미국 리더십 더 이상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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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스라엘-이란 전면 대결, 미국 리더십 더 이상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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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폭탄 그래픽에 자신이 만든 빨간 선을 가리키고 있다. 이 빨간 선은 네타냐후 생각에 국제사회가 이란한테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2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폭탄 그래픽에 자신이 만든 빨간 선을 가리키고 있다. 이 빨간 선은 네타냐후 생각에 국제사회가 이란한테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하는 지점을 의미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13일 대대적인 선제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란이 보복을 위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중동의 ‘숙적’인 두 국가 간의 전면 대결이 현실화하면서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에 국력을 집중하려던 미국의 향후 전략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치밀한 전략 없이 섣부른 호언장담만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가 나며, 한반도가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에까지 상당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에 전적으로 기대는 외교안보 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란에 공격을 가한 직후 대국민 연설에 나서 “방금 전 이스라엘이 라이징 라이언(떠오르는 사자) 작전을 시작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의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0대 이상의 전투기를 동원해 100곳 이상의 타깃을 동시에 공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고, 호세인 살라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와 페레이둔 아바시 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 핵 개발을 이끌어온 핵심 과학자들이 숨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은 스스로 씁쓸하고 고통스러운 운명을 확정했고, 반드시 그 운명이 자기에게 찾아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100대 이상의 무인기를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은 지난 4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이었던 이란 핵협정(JCPOA)을 파기하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활했다. 그러자 이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우라늄 농축 작업을 이어가 농축도가 60%에 이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9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핵 잠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현재 상황을 자신들이 감내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라 판단한 이스라엘이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대담한 군사 작전에 나선 꼴이 됐다. 미국은 협상에 성공하지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억누르지도 못하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나아가 이란이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유럽)·가자(중동) 전쟁을 단숨에 끝낼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동맹을 경시하는 무분별한 접근으로 세계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에게도 ‘가혹한 관세’를 부과하며 견디기 힘든 경제적 고통을 안기고 있고, 머잖아 ‘대중 포위망’의 최전선에 서라며 비합리적인 압박을 가해올 게 뻔하다. 미국만을 맹종하는 의존적 자세를 버리고, 끈질긴 협상을 통해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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