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네이버 등 ‘AI 스타트업’ 투자 총력전
자체 기술 넘어 ‘AI 기술’ 다양성 확보 시급
자체 기술 넘어 ‘AI 기술’ 다양성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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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AP] |
“인공지능(AI)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살기 위해 투자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메타, 네이버 등 국내·외 빅테크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돈다발을 싸 들고 기술력과 가능성이 있는 AI 신생기업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막대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AI 글로벌 주도권 싸움이 절정에 치달으면서, 흩어져있는 기술을 조금이라도 끌어모으기 위한 총력전이다. 자체 기술만으로는 광범위한 AI 서비스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AI 스타트업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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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AP] |
▶메타, AI 스타트업에 ‘13조원’ 역대 최대 규모 투자=AI 스타트업 투자에 수조원대를 쏟아부은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은 메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 AI’에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협상 중이다. 메타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 규모다. 메타가 수조원대의 투자처로 낙점한 스케일 A’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이터 라벨링’ 기술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이다.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이 2016년 창업했다.
스케일 AI는 단순히 주어진 데이터를 분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모델이 틀리게 예측한 사례를 선별해 그 데이터를 다시 정제하고 보강하는 ‘데이터 엔진’을 갖추고 있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데이터 학습을 시스템 자체가 강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빅테크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꼽히면서 스케일 AI의 기업가치는 250억달러(약 34조원)까지 평가받기도 했다.
메타가 이번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자체 AI만으로는 ‘글로벌 AI 대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메타는 그동안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 ‘라마’ 시리즈를 공개하고, 자체 AI 칩 개발과 데이터센터 투자도 확대해 왔다. 하지만 광범위해진 AI 서비스의 인프라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필요한 요소에 강점을 가진 AI 스타트업과 협력이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메타가 스케일 AI를 주목한 것은 방위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스케일 AI와 메타는 방위 기술에 공통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며 “스케일 AI는 이미 국방용 AI 개발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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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
▶ 美 실리콘밸리에 전초기지 세운 네이버=국내 ICT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글로벌 AI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밀집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발굴, 투자에 나선다. 네이버는 그동안 모회사 내에서 투자조직을 운영해 왔지만, 해외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가 글로벌 AI 스타트업 발굴에 힘을 싣기로 결정한 것도 자체 AI 기술을 넘어 추가적인 AI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를 ‘다윗’에 비유하면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특정 분야에 집중해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거대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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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네이버 제공] |
‘특화 AI’ 발굴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네이버가 첫 투자로 결정한 곳은 동영상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다.
트웰브랩스는 이재성 대표가 2021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영상을 분석해 요약문을 생성하거나 영상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수행하는 AI 모델 ‘페가수스’를 개발했다. 영상 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정보를 분석해 특정 장면 검색을 돕는 AI 모델 ‘마렝고’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AI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려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이를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해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정·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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