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불황에 뜨는 시장, NPL] ④"물건 양호한 것처럼 착각 일으켜…투자에 유의"
대출이 연체돼 담보물(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해당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지 않고 유동화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채권자와 교섭을 통해 경매에 부치지 않는 것이다. 원금만 갚으면서 만기연장한 '좀비 채권'이 늘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머니투데이가 집계한 최근 3개월(3월 1일~5월 31일) 금융사들의 자산유동화 양도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신협이 내놓은 일반담보(부동산)NPL 33건은 대부분 경매에 넘어가지 않은채 유동화됐다.
든솔신협 부실채권(양도금액 17억6000만원), 동수원신협(36억1000억원), 청운신협(68억9000만원) 등 3건을 제외한 30건이 아예 경매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은행과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의 부실채권의 담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경우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BNK·OSB·인성·키움·금화·유니온·대신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실채권 양도등록이 몰린 지난달 26일에도 경매 개시된 건은 없었다.
부동산 경매는 채권자가 신청한다. 연체가 계속돼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감가상각(가치하락)을 결정하고 경매에 부친다. 채권자가 경매예정서를 채무자에게 통보한 후에도 답변이 없으면 경매를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와 채무자 간 경매 보류를 합의할 수 있다. 채무자가 원리금 일부를 상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체된 대출을 갚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지 않을 경우, NPL유동화 시장에서 채권을 파는 측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반대로 사는 측에선 이런 물건이 많아지면 어떤 게 안전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업자들 사이에서 경·공매는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부실채권이 쏟아지면서 경·공매 시장은 포화하고 있다. 경·공매를 신청하더라도 실제 순번이 돌아오는 경우는 두 달이 넘기도 한다. 시장 상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NPL은 계속 적체되는 상황이다.
경·공매가 진행되지 않은 부동산의 안전도를 지표로 확인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평가를 받는 부실채권이 없어서다. 올들어 나이스신용평가가 부실채권 담보물의 등급을 평가한 경우는 없다.
일각에서는 담보물의 가치가 실제로는 현저히 떨어진 좀비채권이 많아질 경우 부동산NPL 유동화 시장이 불투명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이라도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을 시 경매에 부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부동산을 감가상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물건만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부실채권이 쏟아지고 있어, 옥석을 판단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 기자 iam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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