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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건 36주년…“기억할 것”이란 미국에 중국 “내정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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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건 36주년…“기억할 것”이란 미국에 중국 “내정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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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6주년인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 베이징/AP 연합뉴스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6주년인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 베이징/AP 연합뉴스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6주년인 4일 중국과 홍콩은 당국의 경계 속에 삼엄한 분위기를 보였다. 미국이 “톈안먼 사건의 기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자 중국은 즉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4일 로이터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건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를 금기시하는 가운데 베이징 톈안먼 일대와 홍콩 등에서 경비가 삼엄해졌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광장 주변에 공안을 늘려 배치하고, 이곳을 찾은 도보 여행자, 자전거 이용자, 운전자 등에 대한 신분증 검문을 강화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1989년 6월4일 톈안먼광장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 희생자는 공식 발표된 바 없고,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의 경비도 더욱 강화됐다. 2020년 전까지 톈안먼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 추모 행사가 열렸던 빅토리아공원 인근에 많은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순찰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3년째 친중 단체가 음식 축제를 열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톈안먼 사건 추모가 홍콩 거리에서 가능하냐는 문의에 “어떤 날이든 모든 활동은 법적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시행을 강제하고 톈안먼 사건 추모 등을 금지하고 있다.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6주년인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공안이 배치되어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6·4 톈안먼(천안문) 사건 36주년인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공안이 배치되어 순찰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희생자 유가족 단체인 ‘톈안먼 어머니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건 당시 아들 왕난을 잃은 장셴링은 최근 낸 영상 성명에서 “가해자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그 정권의 연속인 현 정부는 톈안먼 사건에 응답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반체제 인사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엘몬테에서 지난 2일 톈안먼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회를 열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200여명의 희생자의 이름과 민주화 요구 시위 때 쓰였던 물건 등이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중국과 홍콩 바깥에선 톈안먼 사건을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의 글을 올려 “이 사건을 기리는 것은 단지 애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권위주의 정권은 역사를 잊으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인권이라는 이상을 위해 생명과 꿈을 바친 이들을 잊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오늘 우리는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려다 희생된 중국인들의 용기를 기리고, 1989년 6월4일 사건에 대한 책임과 정의를 추구하다 여전히 박해받고 있는 이들을 기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사실을 검열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는 6월4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중국 정치제도와 발전노선을 공격하며 중국 내정에 심각하게 간섭했다”며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