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금강산까지 등재땐 총 16건
‘돈 되는’ 관광자원으로 개발 가능
해외서 각광받는 K문화 견제 심리
‘돈 되는’ 관광자원으로 개발 가능
해외서 각광받는 K문화 견제 심리
북한 조선중앙TV가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금강산의 가을 풍경. /조선중앙TV 연합뉴스 |
최근 북한이 문화·자연·무형·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확정되면 북한의 세 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북한은 현재 ‘고구려 고분군’(2004)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 등 세계유산 2건, ‘김치 만들기’(2015)와 ‘조선 옷차림 풍습’(2024) 등 인류무형유산 5건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에 오른 유산까지 포함하면 총 15건에 이른다.
김지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정책팀장과 김명신 LG AI 연구원 정책수석(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선임전문관)은 최근 ‘김정은 정권기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관련한 북한의 유산법 및 정책 변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김지현 팀장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한이 국내법을 정비하면서 유네스코 유산 관련 협약 및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2012년 이전 북한의 유네스코 유산은 4건에 불과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다양한 종목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다음 달 금강산까지 등재되면 4배에 달하는 16건이 된다. 세계기록유산도 조선 후기 무예 교본인 ‘무예도보통지’(2017), 조선 후기 천문도 ‘혼천전도’(2023) 등 2건을 등재했고, 올해 4월에는 백두산이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됐다.
금강산을 ‘복합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대목도 눈에 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복합유산이란 페루 마추픽추처럼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면서 그 안에 문화유산도 많은 곳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총 16건의 세계유산(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복합유산은 한 건도 없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북한이 유네스코 등재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결국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국제기구 지원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면서도 ‘돈 되는’ 자원 개발엔 최대한 국제 기준에 맞추려는 양면성도 드러낸다. 김정은은 2014년 발표한 담화문에서 “문화유산보호당국은 국제기구 및 기타 국가와의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유형, 무형, 자연유산을 목록에 올리기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K문화’에 대한 견제 심리도 엿보인다. 김지현 팀장은 “우리나라가 2012년 ‘대한민국의 아리랑’을 등재한 직후 ‘북한의 아리랑’(2014)을 등재했고, 우리가 2013년 ‘김장 문화’를 등재했더니 ‘북한의 김치 만들기’(2015)를 따로 올렸다. 우리가 아직 한복을 등재하기 전인 지난해에는 ‘조선 옷차림 풍습’을 선제적으로 등재했다”며 “2018년 씨름을 남북한 공동 등재한 것처럼 유네스코 정신을 살려 협력을 더 모색하는 한편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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