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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답다'는 트럼프 감세법, 중국엔 '크게 아픈' 법 될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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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답다'는 트럼프 감세법, 중국엔 '크게 아픈' 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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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법 하원 통과, 상원 심의 앞둬...통과돼 정치적 부담 덜면 대중국 압박 극도로 높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메가 법안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는 세금 감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5.05.21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메가 법안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는 세금 감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5.05.21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관세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중국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트럼프가 감세법안 후폭풍을 돌파하고 정치적 입지를 안정화할 경우 중국 관세 협상에 대해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측은 지난달 '제네바 합의' 이후 공식적인 고위급 접촉 여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가 임박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두 사람 간 직접적 교감은 없었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다. 다만 실무차원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길어지는 침묵은 양 측의 긴장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 컨설팅펌 유라시아그룹 제레미 찬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 현지언론에 "제네바 회의 이후 미중 간 불안정한 긴장 상태는 점점 더 위태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양측 모두 최소한의 안정을 회복해야 할 긴박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찬 수석은 또 "트럼프가 지금까지 시진핑을 압박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한 전략은 효과가 없었으며, 결국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큰 틀에서 미국도 대중국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은 그대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제네바에서 양국이 체결한 합의를 중국이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희토류 문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에 대한 수출허가를 지연하고 있다고 본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에 대해 미국 CBS에 출연, "트럼프와 시진핑이 통화하게 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언급했었다.

양국 간 상황이 순조로운 합의보다는 긴장감 재고조 쪽으로 길을 트는 가운데 트럼프의 새 법안은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소득공제 확대 등이 골자인 대대적인 부자 감세 법안이다. 상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에게 이 감세법안은 가장 중요한 숙제다. 2016년 첫 대선후보로 나설 때부터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과 기업 활력 회복을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주요 지지층인 부유층과 기업, 보수층에 대한 보은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감세법안은 2017년에 나왔던 감세법안(TCJA, 감세와 일자리 법)의 연장선이다. 당시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런데 이 법은 2025년이 되면 표준공제 확대 등 일부 조항이 일몰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트럼프는 이를 영구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고조된다. 부채와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 여파가 국채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채발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달러 약세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기업인이니 법인세 감면의 혜택을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마저도 이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로부터 시나브로 발을 빼던 머스크는 이 법안을 아예 트럼프로부터 완전히 떨어져나갈 수 있는 명분으로 삼는 분위기다.


반면 법안이 통과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의 행보가 훨씬 가벼워질 수 있어서다. 베이징 주재 미대사관 금융담당관을 지낸 마이크 허슨 22V리서치 중국총책은 중국 언론에 "트럼프가 제네바에서 일시적 관세 완화에 합의한 이유는 국내의 정치적 반발은 물론 이 감세 법안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슨 총책은 "만약 7월에 (상원에서) 트럼프의 감세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런 정치적 제약은 사라지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무역갈등을 완화할 길을 찾고 있는 듯 보이지만, 트럼프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가 후속 관세협상에서 '판을 깰' 경우 미국의 타격도 크지만 중국의 타격이 훨씬 직접적이다. 수출 차단은 제조업에 치명적 악재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를 근거로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90일 관세 휴전이 끝나고 유예됐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되면 중국에서 약 700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감세법안을 둘러싼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미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ABC에 출연해 "중국이 제네바 합의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대가가 무엇인지 느끼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번 주 중으로 트럼프와 시진핑 간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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