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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시킨 ‘가짜 백수오’ 발표… 대법 “위법하지만 주주 배상은 어려워”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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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시킨 ‘가짜 백수오’ 발표… 대법 “위법하지만 주주 배상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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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오 제조사 주주들, 7년만 패소 확정
'진짜' 백수오(왼쪽)와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

'진짜' 백수오(왼쪽)와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


2015년 코스닥지수를 급락시켰던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하지만 주주들에게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소비자원의 보도자료가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해당 내용의 발표가 개별 주주들이 입은 손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내츄럴엔도텍 주주 18명이 소비자원과 직원들,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지난달 15일 확정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원이 2015년 4월 21일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발단이다.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수거·시험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모양이 유사하고 그보다 저렴하지만,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식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내츄럴엔도텍은 “고의는 없었다”면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인체 위해성은 없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가 있었지만 주가는 폭락했다. 원래 주당 8만6000원대였던 주가는 하한가를 거듭해 공표 한 달 만인 2015년 5월 주당 850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그해 6월 “이엽우피소 혼입 비율은 3% 정도로, 내츄럴엔도텍이 고의로 원료에 섞거나 이를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4월 발표한 '가짜 백수오' 관련 보도자료.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수거·시험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4월 발표한 '가짜 백수오' 관련 보도자료.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수거·시험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소비자원


이후 내츄럴엔도텍 주주들은 2018년 4월 소비자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소비자원이 충분한 조사와 증거 없이 회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이엽우피소를 섞은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이엽우피소가 섞인 제품이 제조·유통된 원인에 대해 소비자원이 다소 과장된 추측을 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는 아니다”며 “공표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가짜 백수오 발표 자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표 당시 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 제품에 포함된 이엽우피소의 양이나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바 없다”며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츄럴엔도텍이 이엽우피소 검사 시스템을 운용·개선한 것을 고려하면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 등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는 취지로 공표해 백수오 제품이나 원료 대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섞였음을 암시했다”며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가짜 백수오를 둔갑시켰다’는 식의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표는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이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틀리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소비자원 발표의 피해자는 내츄럴엔도텍 등 회사들이고,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은 반사적 손실에 불과해 주주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인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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