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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없고 돈 없고… 한국 키움·미국 로키스 압도적 꼴찌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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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없고 돈 없고… 한국 키움·미국 로키스 압도적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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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MLB 최하위 팀 평행이론
키움 히어로즈와 콜로라도 로키스는 올 시즌 초반 한·미 프로야구 꼴찌다.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키움(승률 0.267·16승44패1무)은 KBO(한국야구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0패를 당할 위기다. 콜로라도(승률 0.155·9승49패)는 개막 두 달이 지났는데도 리그 30팀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 승수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 키움... 키울 선수도 없어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1일 고척돔에서 두산을 맞아 1대0으로 이겼다. 구단 측이 얼마 전 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내보내고 영입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선발 등판해 6이닝을 무실점(6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이틀 연속 1대0 승리를 거둬 4월 27일 이후 한 달여 만에 2연승했다. 하지만 팀 타선은 2경기 합계 7안타라는 빈공에 시달렸다. 9위 두산이 집중력을 더 살리지 못한 덕을 봤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은 그동안 강정호(은퇴)·김하성(탬파베이)·이정후(샌프란시스코)·김혜성(LA 다저스) 등 뛰어난 야수를 키워 메이저리그에 진출시켰고, 포스팅 시스템에 따른 이적료 성격의 돈을 받아 구단 살림에 보태왔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이젠 리빌딩에 필요한 새로운 기대주가 보이지 않는다. 야수 중엔 기존 멤버인 송성문과 최주환이 제 몫을 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승률 0.411)과 2024년(승률 0.403)은 꼴찌이긴 했어도 4할대 승률로 나름의 경쟁력을 보였는데, 올해는 선수 발굴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

올해는 외국인 구성도 투수 2명+야수 1명에서 야수 2명+투수 1명으로 바꾸며 모험을 걸었다. 그러나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의 공격 파괴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 투수진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로젠버그와 하영민이 각각 4승씩을 거둬 팀 내 공동 최다승이다. 쓸 만한 투수가 없다 보니 2군에서 무리하게 선수를 올렸다가 난타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공·수 모두 침체인 키움은 5월에 KBO 역대 월간 최다 패(22패·4승1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세웠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를 비롯해 플레이오프에 9번 진출했던 성과도 빛이 바래간다. 지금 키움보다 승률이 낮았던 팀은 1982년의 삼미(0.188), 1999년의 쌍방울(0.224), 2002년의 롯데(0.265)뿐이다.


◇로키스 3년 연속 100패 유력

로키스는 지난달 12일 버드 블랙(감독 통산 1193승 1403패) 감독을 경질하고, 40세 워런 셰이퍼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삼았다. 충격 요법에도 불구하고 셰이퍼 대행 체제에서 2승 16패로 허덕이고 있다.

로키스는 2023년 창단 첫 100패(103패·59승)를 당하더니, 작년에도 101패(61승)를 했다. 올해도 분위기는 암울하다. 연봉 1000만달러가 넘는 선발투수 삼인방 안토니오 센자텔라(1승10패), 헤르만 마르케스(1승7패), 카일 프릴랜드(8패) 모두 최악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지에선 1899년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 역대 MLB 최저 승률(0.130·20승134패)에 근접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로키스는 딕·찰리 몽포트 형제가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한다. 이들이 몇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선수 수급에 관여하면서 전력이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놀런 에러나도, 트레버 스토리(이상 내야수), 존 그레이(투수) 등은 팀을 떠났다. 2022년에 연봉 총액 1억8200만달러에 영입한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이번 시즌까지 홈런 17개와 61타점을 올렸을 뿐이다. 4월 13일 이후엔 허리 부상 탓에 아예 뛰지 못하고 있다.


팬층은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지난 2년 동안 쿠어스 필드를 찾은 관중은 평균 3만명이 넘어 리그 중간을 유지했다. 올해는 평균 관중이 2만7621명으로 떨어졌음에도 리그 16위권. 성적에 비해선 양호하다. 지난달 1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0대21로 졌을 때도 3만8000명이 몰렸다. ESPN은 “마케팅 팀은 상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요즘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에선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져도 괜찮다는 입장을 보인다. 최상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아 유망주들을 확보하고, 연봉 등 비용은 줄일 수 있어서다.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아 저조한 성적을 자초하는 ‘탱킹(Tanking)’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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