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이날 윤도현(2루수)-홍종표(3루수)-오선우(우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석환(좌익수)-한준수(포수)-황대인(1루수)-김규성(유격수)-김호령(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개막전 당시에도 선발 라인업에 있었던 선수는 최형우와 한준수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모두 부상 및 휴식으로 빠졌다.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은 허리, 2루수 김선빈은 종아리, 3루수 김도영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각각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이날은 그간 많은 경기를 뛰었던 박찬호에게 휴식을 주려다 보니 내야 진용이 개막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외야도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군에 있고, 최원준은 부진으로 2군에 갔으며, 그나마 1군 엔트리에 있는 이우성도 타격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러다 보니 다소 충격적인 라인업이 나온 것이다.
새로운 얼굴을 보는 맛도 있지만, 팀 전력상으로는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1군 주축 선수들이 라인업에 6~7명 정도 포진하고, 새 얼굴이 1~2명 정도 끼는 이상적인 그림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하지만 이게 지금 KIA의 현실이고, 앞으로 적응해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찬스를 만드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중압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더 높은 확률을 낼 수 있다는 게 이범호 KIA 감독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날은 그런 경험 많은 선수들이 라인업에 거의 없었다. kt는 8회 위기에서 그중 가장 무서운 최형우를 고의4구로 거르면서 이 KIA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점수가 나지 않는 가운데 선수들도 조급해지고 있다. 직감적으로 많은 점수가 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 어떤 방식을 쓰더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김도영이 도루를 하다 다쳤고, 박찬호와 같은 무리한 주루 플레이도 있었고, 황대인처럼 3루에서 죽은 경우도 있었다. 팀이 전체적으로 차분하지 못하고 쫓기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 경력을 자랑하는 위즈덤은 올해 팀의 중심타선에서 장타를 불어 넣었던 선수다. 시즌 35경기에서 타율은 0.240으로 낮았지만 9개의 홈런을 쳤다. 여기에 볼넷도 많이 골라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98로 수준급이었다. 허리 재활이 생각보다 오래 가 19일 동안 1군에서 빠져 있었지만, 퓨처스리그 2경기에 출전한 뒤 1군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도영도 없고, 나성범도 없고, 김선빈도 없는 상황에서 최형우에 대한 견제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 그 앞뒤가 아무래도 약해진 까닭이다. 무리하게 승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인다. 하지만 위즈덤이 돌아오면 그런 경우를 상당수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타격감이 떨어져 있다고 해도 걸리면 넘기는 선수다. 마운드에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위즈덤이 정상 컨디션을 찾으면 공격 흐름도 다소 원활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공·수 모두의 부진으로 두 차례나 2군행을 경험한 최원준도 2전3기를 노린다. 현재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자원이 김호령 정도라 라인업 구성에 유동성이 다소 부족했던 KIA지만, 최원준이 돌아오면 조금 더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2군행 이후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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