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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환경부가 올 하반기 발표할 '제4차 탄소배출권 할당 계획'을 두고 산업계의 걱정이 커진다. 정부가 배출권 총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에 지금은 "감축 속도보다 생존이 중요하다"며 현실을 반영한 정책 조율과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열린 '제4차 배출권 할당 계획 산업계 간담회'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라도 4기 계획(2026~2030년)부터는 허용 총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권 시장 신뢰 회복과 감축 유도 효과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산업계에선 우려와 부담감이 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경기둔화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으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배출권 할당까지 줄어들면 현실적으로 감축 수단이 부족한 업종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을 중심으로 걱정이 커진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대외 악재에 감축 압박까지 더해지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생산원가와 소비자 물가에까지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선 환경부가 계획대로 허용 총량을 줄이면 연간 수천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탄소배출권 구매로 발전소의 발전 단가가 높아지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은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탄소중립 정부 정책 관련 산업계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감축 여력과 기술 도입 속도를 고려한 현실적인 NDC 수립 △규제 중심에서 투자 유인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 △기술 도입을 뒷받침할 제도 및 인프라 구축 △국제경쟁력과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의 필요성 등에 의견을 모았다.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등에 고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근본적인 설비 전환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화학사들 역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저탄소 연료 전환 등은 막대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수반되나 시황 악화로 기업의 단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선 후보들도 속도 조절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탄소세 신설 공약을 제시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환경 공약도 규제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환에 방점이 찍혀있다.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은 경기 부진에 따른 생산 축소 효과가 크다는 전문가 분석도 제기됐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신정부에 바란다 기후에너지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감축 목표 설정과 함께 자국 산업의 경쟁력과 투자 여력을 반드시 고려한다"며 "우리만 감축 목표와 비용 부담, 규제만 앞세우면 오히려 투자 여력이 고갈되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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