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FLOW]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
일반 관광객보다 몇 배의 돈을 지출하는 '럭셔리 관광객'을 모시려는 관광업계의 고민이 깊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인프라·콘텐츠가 부족해 고부가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는 지적때문이다.
30일 한국관광공사와 야놀자리서치의 조사를 종합하면 지난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87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9년보다 0.7%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관광수입(-23.8%)과 1인당 평균 소비액(-24.4%)은 모두 뒷걸음질쳤다. 명품이나 고급 음식, 화장품 등 소비가 집중되는 면세점 소비도 2019년 5조 6000억원에서 올해 2조 1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럭셔리 관광객의 감소가 뼈아프다. 럭셔리 관광객 비중이 높은 GCC(걸프연합) 6개국의 회복이 지연됐고 중국 관광객의 소비가 예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관광 적자도 더 심화할 전망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약 4조 5500억원으로 2019년보다 50% 이상 확대됐다"며 "관광수입 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관광업계는 고부가 관광객이 선호하는 고급 인프라와 특색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국내 5성급 호텔은 87개(지난해 기준)로 국내 전체 호텔(896개)의 10% 수준에 그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서울과 제주에 집중돼 있다. 광주광역시, 경남, 전북 등 6개 지역에는 5성급 호텔이 없다.
단오(음력 5월5일)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이 창포물에 머리 감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
반면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전국에 고르게 고급 호텔이 퍼져 있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236개의 5성급 호텔이 있으며 도쿄(41곳), 삿포로(21개), 오사카(23개) 등 주요 도시에서 쉽게 5성급 호텔을 찾아볼 수 있다. 식사와 온천, 숙박 등을 제공하는 고급 시설인 료칸을 포함하면 고급 숙박지는 더 많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현지 업계는 5만여개 료칸 중 약 5%(500여곳)를 고급 료칸으로 분류한다.
지난 2월 야놀자리서치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서울의 5등급 호텔이 도쿄의 4등급 호텔과 비슷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위생과 서비스, 시설 수준 등이 일본에 비해 못 미친다는 의미다.
결제와 길찾기, 교통 예약 등 불편한 온라인 생태계도 고부가 관광객 유치의 걸림돌이다. 구글맵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는 '해외 카드가 안 된다' '외국인은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중국 관광객 대상 여행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많이 쓰는 앱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먹통에 가깝다"며 "고부가 관광에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단점"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중은 낮지만 럭셔리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의 수배~수십배 이상의 돈을 지출하는데다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영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큰 고객"이라며 "일본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고부가 관광 비중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재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