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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워낙 좋아하는 다저스다. 그만큼 이미 팀 내에 그런 선수가 많다는 점 때문에 김혜성과 계약을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다저스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중복 투자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의 오랜 유망주이자 주전 선수였던 개빈 럭스(28)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며 김혜성의 자리를 열어줬다.
럭스는 다저스가 애지중지 키웠던 유망주 출신이다. 코리 시거(텍사스)의 뒤를 이어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수다. 그러나 수비 문제로 유격수는 불가 판정이 났고, 이후 3루나 2루, 심지어 외야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래도 팀 내 입지는 있는 선수라 럭스의 트레이드는 꽤 충격이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럭스가 트레이드 이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김혜성은 5월 4일(한국시간) 발목 부상을 당한 토미 에드먼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이 대체 선수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저스를 고민에 빠뜨렸다. 기대했던 수비와 주루는 물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까지 4할 타격을 보여주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에드먼이 돌아올 때 누구 하나는 26인 로스터에서 빼야 하는데, 당연히 김혜성을 내려 보낸다고 생각했던 다저스의 구상이 어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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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의도한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김혜성은 팀 내 최고 유망주 출신 주전 내야수와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선수 중 하나를 밀어낸 셈이 됐다. 그만큼 다저스가 김혜성의 능력과 미래를 신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떠난 선수들의 부메랑도 우려가 됐던 게 사실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아쉬운 점은 없다. 다저스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서 획기적인 발전은 없다.
럭스는 신시내티 이적 이후 공격은 제 몫을 하고 있다. 3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51경기에 나가 타율 0.291, 출루율 0.381, OPS(출루율+장타율) 0.78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OPS(.703)에 비하면 훨씬 낫고, 개인 경력 최고치다. 문제는 럭스를 더 이상 내야수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무릎 부상 이후 수비력이 현저하게 저하됐고, 그 결과 신시내티도 럭스를 좌익수로 더 많이 쓰고 있다. 좌익수라면 0.787의 OPS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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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야 수비가 안 되는 럭스는 다저스에 그렇게 큰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외야 수비도 이미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다저스는 럭스에 그렇게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시내티 이적 후에도 수비가 반등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다저스가 이번 트레이드에서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연봉 부담을 줄였고, 더 젊으면서도 비슷한 몫을 할 수 있는 김혜성의 자리를 열어줬다.
다저스 방출 이후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테일러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으나 쉽지 않은 양상이다. 에인절스 이적 후 첫 플레이를 다이빙 캐치로 시작하며 박수를 받은 테일러지만, 이적 후 3경기 타율은 0.111(9타수 1안타)에 머물고 있다. 1안타도 단타였다.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공격 곡선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도 어차피 계약이 끝나면 결별할 선수였다. 인간적으로는 아쉽지만, 6개월 더 빨리 헤어졌다고 특별한 해는 없었다. 다저스가 두 번의 결단에서 김혜성을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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