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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본의 아니게 '베테랑 킬러'됐는데… 그런데 다저스가 옳았다? 구멍들 여전하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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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본의 아니게 '베테랑 킬러'됐는데… 그런데 다저스가 옳았다? 구멍들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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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3년 보장 1250만 달러,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혜성(26·LA 다저스)은 본의 아니게 다저스 내 기존 베테랑 선수들을 내쫓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한 명도 아닌, 올해 벌써 두 명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워낙 좋아하는 다저스다. 그만큼 이미 팀 내에 그런 선수가 많다는 점 때문에 김혜성과 계약을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다저스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중복 투자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의 오랜 유망주이자 주전 선수였던 개빈 럭스(28)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며 김혜성의 자리를 열어줬다.

럭스는 다저스가 애지중지 키웠던 유망주 출신이다. 코리 시거(텍사스)의 뒤를 이어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수다. 그러나 수비 문제로 유격수는 불가 판정이 났고, 이후 3루나 2루, 심지어 외야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래도 팀 내 입지는 있는 선수라 럭스의 트레이드는 꽤 충격이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럭스가 트레이드 이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김혜성은 5월 4일(한국시간) 발목 부상을 당한 토미 에드먼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이 대체 선수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저스를 고민에 빠뜨렸다. 기대했던 수비와 주루는 물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까지 4할 타격을 보여주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에드먼이 돌아올 때 누구 하나는 26인 로스터에서 빼야 하는데, 당연히 김혜성을 내려 보낸다고 생각했던 다저스의 구상이 어지러워졌다.


결국 다저스는 4년 60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던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35·LA 에인절스)를 양도선수지명(DFA)하며 김혜성을 선택했다. 테일러는 연봉이 김혜성보다 훨씬 많았고, 다저스는 1000만 달러가 넘는 잔여연봉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도 있었다. 게다가 다저스 야수 중에서는 가장 오래 팀에 있었던 선수로 클럽하우스에서의 영향력도 있는 선수였다.

김혜성이 의도한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김혜성은 팀 내 최고 유망주 출신 주전 내야수와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선수 중 하나를 밀어낸 셈이 됐다. 그만큼 다저스가 김혜성의 능력과 미래를 신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떠난 선수들의 부메랑도 우려가 됐던 게 사실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아쉬운 점은 없다. 다저스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서 획기적인 발전은 없다.


럭스는 신시내티 이적 이후 공격은 제 몫을 하고 있다. 3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51경기에 나가 타율 0.291, 출루율 0.381, OPS(출루율+장타율) 0.78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OPS(.703)에 비하면 훨씬 낫고, 개인 경력 최고치다. 문제는 럭스를 더 이상 내야수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무릎 부상 이후 수비력이 현저하게 저하됐고, 그 결과 신시내티도 럭스를 좌익수로 더 많이 쓰고 있다. 좌익수라면 0.787의 OPS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수비도 여전히 좋지 않다. 럭스는 ‘스탯캐스트’가 집계한 OAA(타구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았는지 집계하는 수치)에서 -5를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 선수 중 뒤에서 15번째다. 말 그대로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못 하는 선수 중 하나다. 외야수 중에서는 조지 스프링어(토론토)와 후안 소토(뉴욕 메츠)만이 럭스의 뒤에 있다.

어차피 내야 수비가 안 되는 럭스는 다저스에 그렇게 큰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외야 수비도 이미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다저스는 럭스에 그렇게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시내티 이적 후에도 수비가 반등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다저스가 이번 트레이드에서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연봉 부담을 줄였고, 더 젊으면서도 비슷한 몫을 할 수 있는 김혜성의 자리를 열어줬다.

다저스 방출 이후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테일러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으나 쉽지 않은 양상이다. 에인절스 이적 후 첫 플레이를 다이빙 캐치로 시작하며 박수를 받은 테일러지만, 이적 후 3경기 타율은 0.111(9타수 1안타)에 머물고 있다. 1안타도 단타였다.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공격 곡선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저스도 어차피 계약이 끝나면 결별할 선수였다. 인간적으로는 아쉽지만, 6개월 더 빨리 헤어졌다고 특별한 해는 없었다. 다저스가 두 번의 결단에서 김혜성을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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