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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 입은 악마”… 환자 299명 성폭행한 ‘소아성애’ 외과 의사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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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 입은 악마”… 환자 299명 성폭행한 ‘소아성애’ 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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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의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 그는 25년간 미성년자 환자 299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 한 혐의를 받는다. /AFP 연합뉴스

법정에 선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의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 그는 25년간 미성년자 환자 299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 한 혐의를 받는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25년간 미성년자 환자 수백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온 70대 남성 외과 의사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르피가로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서부 모르비앙 형사법원은 전날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74)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최고 형량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르스쿠아르네크는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병원을 옮겨 근무하며 환자 299명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평균 나이는 11세에 불과했다. 르스쿠아르네크는 아이들이 치료를 위해 마취했거나 수술 후 회복 중일 때를 노렸다. 대상의 성별도 가리지 않았는데, 남아 158명과 여아 141명으로 파악됐다. 또 르스쿠아르네크가 2005년 이미 소아성애 관련 이미지를 다수 소지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 단체들은 범행 전력이 있었음에도 보건 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르스쿠아르네크에게는 치료나 직업 활동 제한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고 어린이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조치 역시 없었다. 이듬해 동료 의사의 신고가 있었지만 보건부는 그의 의사 면허를 박탈하지 않았다. 덕분에 르스쿠아르네크는 병원에 재취업할 수 있었고 끔찍한 범행을 반복했다.

인권 단체들이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의 성범죄 사건 재판이 있던 28일 법원 앞에 모여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권 단체들이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의 성범죄 사건 재판이 있던 28일 법원 앞에 모여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의 어두운 실체는 2017년 4월 이웃집 6세 여아를 성추행해 그 부모에게 고소당하면서 드러났다. 르스쿠아르네크는 이 사건을 포함해 자신의 어린 조카 두 명과 환자 한 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2020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이 무렵 수사 기관은 다른 환자 299명을 상대로 한 범행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르스쿠아르네크의 집에서는 인형, 성인용 장난감, 음란물 디지털 파일 수십만 개 등이 발견됐다. 자신을 ‘노출증·관음증 환자’ ‘사디스트’ ‘소아성애자’ 등으로 묘사한 글도 있었다. 또 피해자들에게 가한 성적 학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 두기도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담당 수사관이 휴직을 신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피해자들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정신 장애를 앓고 있었다. 기억 상실, 수면·식이 장애, 불안, 해리, 성 기능 장애를 겪었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어린 나이와 저항 불능 상태로 인해 피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피해자들도 “억눌렀던 기억들이 떠올랐다”며 괴로워했다.

검찰은 르스쿠아르네크를 재판에 넘기며 “흰 가운을 입은 악마”라고 표현했다. 르스쿠아르네크는 최후 진술에서 “어떤 관용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너무나도 부족했던 인간성의 일부를 되찾을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는 만큼 추가 기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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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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