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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삶의 가치 변함없어"…에세이 '나로 늙어간다는 것'

연합뉴스 황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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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삶의 가치 변함없어"…에세이 '나로 늙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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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독일 소설가 엘케 하이덴라이히…'나이 듦' 고찰한 베스트셀러
'나로 늙어간다는 것' 표지 이미지[북라이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로 늙어간다는 것' 표지 이미지
[북라이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나이 들었다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부인하지 않겠다는 것, 내 나이보다 젊어 보이려고 애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나이 들었다고 해서 결코 삶이 전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한 누구나 하루하루 노년을 향해 다가가지만, 정작 그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발간된 '나로 늙어간다는 것'(북라이프)은 노년에 이른 독일 소설가 엘케 하이덴라이히(82)가 늙는다는 것을 고찰한 기록이다.

2차 세계대전 도중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와 갈등을 겪은 끝에 한 목사의 집에 위탁돼 성장했다. 장성한 이후 방송 진행자로 명성을 얻고 여러 베스트셀러 소설과 동화를 펴내 성공을 거뒀다. 두 차례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며 자녀를 두지 않았다.

책은 저자가 자기 삶을 짧게 요약한 두 편의 글로 시작한다. 저자는 첫 번째 글 '내 인생, 완전히 망했어'에선 자기 삶을 실패와 좌절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고, 두 번째 글 '내 인생, 완전히 멋졌어'에선 반대로 행운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것으로 묘사한다.

이처럼 상반된 두 개의 시각으로 삶을 묘사한 저자는 "자, 이제 두 인생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말한다. 똑같은 삶이라도 어떻게 서술하고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주지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저자는 이어 나이가 들면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들을 다소 두서없이,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나는 늙어가는 게 싫지 않다"며 "노년은 내게 아주 많은 가능성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또 "나는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는, 나긋나긋한 할머니가 될 필요가 없다"며 "내가 평생 그러했듯이 냉소적이고, 고집스럽고, 투쟁적인 할머니로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나 자신이라는 것, 자기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작가는 특히 평생 방송인, 작가, 평론가로 활동해온 이력에 어울리게 글의 중간중간 유명한 시와 소설, 잠언 등을 인용했다. 이는 저자의 생각을 보완하거나 글을 풍요롭게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의 문장을 인용한다.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저 위에서 운명이 영원으로부터 죽음의 활시위를 당긴다. 그 화살은 우리가 숨 쉬는 내내 날아온다. 화살이 도착하면 우리는 멈춘다."

저자는 이 같은 장 파울의 문장에 빗대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되었고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고 사람의 유한한 삶을 표현했다.

하이덴라이히는 1970년부터 방송 작가와 진행자로 활동하는 한편 드라마 각본과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1992년 첫 단편집 '사랑의 식민지'를 펴냈고, 1995년 펴낸 동화 '검은 고양이 네로'는 수십만부가 팔렸다.


그는 오펜바흐 문학상, 에른스트 요한 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여전히 출판평론가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년 5월 출간된 이 책의 원서는 그해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논픽션 도서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16쪽. 유영미 옮김.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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