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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0만불 탈세범 사면... 100만불 기부한 엄마 덕분?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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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0만불 탈세범 사면... 100만불 기부한 엄마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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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백악관 잔디밭을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백악관 잔디밭을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0만달러(약 14억원)짜리 기금 모금 만찬에 한 탈세범 어머니가 참석한 직후 그의 아들인 탈세범을 사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면권을 돈을 받고 거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트럼프가 고급 요트 구입과 사치 소비를 위해 1000만달러(약 140억원) 넘는 직원 세금을 횡령한 전직 요양원 경영자를 전격 사면했다고 보도했다. 사면을 받은 인물은 플로리다 출신의 폴 발착으로, 그는 2016~2019년 간호사와 의사 등 직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사회보장세, 연방소득세 명목의 자금을 실제로는 납부하지 않고 개인적 사치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그는 약 1050만 달러를 탈루했으며, 그 중 일부는 200만달러(약 28억원)짜리 요트를 구입하고 명품 쇼핑, 고급 여행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착은 작년 11월 유죄를 인정하고 약 440만달러(약 60억원)의 배상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며, 올초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을 내린 연방법원 판사는 “부자에게 감옥을 피할 수 있는 ‘프리패스(면죄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파고가 지난달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열린 1인당 100만달러짜리 ‘초청 만찬’에 참석한 뒤,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아 발착은 트럼프에 의해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면을 받았다. 해당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트럼프와 직접 대면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발착은 배상금 납부는 물론 형 집행 자체를 면하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발착의 사면 신청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제기됐으나 수주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이 고액 만찬 이후 갑자기 승인됐다. 사면 이후 발착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패러디한 문구 ‘폴을 다시 위대하게(Make Paul Great Again)’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어머니 및 가족들과 축하 행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사면 관련 입장을 묻는 뉴욕타임스 질의에 “발착과 그의 가족은 보수 정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 정권 검찰로부터 표적 기소가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의 입장은 발착의 사면 신청서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 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또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전직 보안관 스콧 젠킨스도 지난 26일 전격 사면했다. 젠킨스는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 8명에게 돈을 받고 보조 보안관 직위를 부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트럼프는 그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법무부에 의해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하며 사면을 단행했다.

트럼프는 이날 리얼리티 프로그램 ‘크리스리 가족의 사생활(Chrisley Knows Best)’로 잘 알려진 토드 크리스리, 줄리 크리스리 부부에 대해서도 전면 사면을 예고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리 가족과 통화해 전면 사면 의사를 전달했다”며 “트럼프가 더 잘 안다(Trump Knows Best)“는 표현까지 덧붙였다고 밝혔다.

크리스리 부부는 2022년 지역 은행들을 상대로 약 3000만달러(약 413억원)에 달하는 사기 대출을 공모한 혐의와 함께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실제 수입을 숨긴 채 고급 자동차, 명품 의류, 고가 부동산, 여행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토드에게 징역 12년, 줄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총 1780만달러(약 245억원)의 배상금을 명령한 바 있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절차적 오류가 인정돼 줄리 크리스리의 형량 재산정이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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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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