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갈 수도 있었지만 사실 부담이 컸다. 2025년 시즌이 끝난 뒤 팀 내부에서 굵직한 FA 선수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FA 재자격을 얻는 최형우와 양현종은 일단 뒤로 미뤄 두더라도, 팀의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 그리고 팀의 주전 외야수인 최원준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 이준영 한승택 등 다른 선수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KIA가 샐러리캡을 한 번 깰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던 이유다.
결국 KIA는 실탄을 아끼기로 했다. 그리고 장현식의 빈자리는 키움과 트레이드로 조상우를 영입하며 채웠다. 그런데 그 조상우조차도 올 시즌이 끝나면 FA다. KIA는 일단 첫 FA 자격을 얻는 박찬호(4억5000만 원), 최원준(4억 원), 조상우(4억 원)의 연봉을 높게 책정해 모두 A등급으로 만들어놓고 방어막을 쳤다.
이들의 FA 금액은 취득 직전 시즌 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그 활약상에 따라 큰 금액이 플러스 마이너스되기 때문이다. ‘FA로이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제 시즌이 30% 이상 지나간 시점, 예비 FA들의 희비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기는 했지만 각자 출발선이 조금 달라졌다.
수비에서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당장 박찬호가 빠지면 수비에서의 공백이 적지 않다. 여기에 올해는 벌써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기동력에서도 팀에 공헌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쳐서 나가는 유형의 선수라 한때 리드오프 자리가 어색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 시즌에는 볼넷 비율도 많이 올랐다. 박찬호의 개인 통산 볼넷 비율은 8.3%고, 가장 높았던 시즌은 2021년 11.2%였다. 그런데 올해는 13.6%까지 올랐다. 올해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이 개인 통산보다 낮아 타율도 점차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심우준이 한화와 4년 50억 원에 계약하며 시장가를 올려놓은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대로 최원준은 올해 부진으로 벌써 두 차례나 2군행을 경험하는 등 FA를 앞두고 시련을 겪고 있다. 시즌 38경기에서 타율이 1할대(.195)에 머물고 있고, OPS는 0.546에 그치는 등 자신의 공격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다급한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일단 2군에서 경기력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저점부터 시작한 셈인데, 앞으로 남은 시즌에서 얼마나 좋은 활약을 하며 성적을 끌어올리느냐가 FA 가격과 밀접한 연관을 지닐 전망이다.
재자격을 얻는 최형우와 양현종은 기본적으로 팀 잔류 가능성이 높은 편이기는 하다. 보상금 규모가 있고, 나이 때문에 타 팀에서 쉽게 손을 뻗기는 어렵다. 게다가 팀 간판이라는 상징성과 현재 팀 내 비중을 생각하면 KIA도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최형우는 최고 시즌을 그려가고 있다. 시즌 48경기에서 타율 0.335, 9홈런, 34타점, OPS 1.039의 호성적이다. OPS는 리그 최고를 다투고 있다. 42살의 나이에도 건재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1~2년은 너끈하게 정상급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양현종은 시즌 10경기에서 54⅔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지만 근래 투구 내용과 경기력 모두 올라오고 있다. 여전히 KIA에서는 대체가 쉽지 않은 선발 자원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첫 FA를 얻는 선수들보다 가치를 책정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