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EI 유출 강조…집단소송 신청 대행 안내도
"소비자 불안감 악용하는 행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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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의 한 대리점이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언급하며 집단소송 참여를 유도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이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언급하며 집단소송 참여를 유도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파장이 일고 있다. 과거 대규모 해킹 사고를 겪은 LG유플러스가 소비자 불안을 정조준해 경쟁사의 위기를 상업적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다. LG유플러스는 해당 메시지가 본사 차원이 아닌 대리점의 개별 행위라는 입장이지만, 민감한 이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관리와 현장 통제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한 대리점은 최근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과 관련해 자사 고객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해당 문자는 이번 유출이 단순한 전화번호나 주소 유출이 아닌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까지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IMEI 유출을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가 외부에 노출된 상황'에 비유했다. 금융·보안 인증과 직결된 정보라는 점에서 이용자 불안을 자극하는 문구였다.
또 해당 문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며, 승소 시 최대 1인당 30만원 보상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신분증과 SK텔레콤 이용계약증명서를 지참하면 매장에서 무료로 소송을 대행해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소송 유도'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같은 행위는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탈 수요를 겨냥한 노골적인 영업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해킹과 같은 공공의 보안 위기를 상업적 자산으로 전환한 이번 사례는, 통신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이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이 불쾌하다", "자기들도 해킹당했으면서"라는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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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대리점이 발송한 문자에는 신분증과 SK텔레콤 이용계약증명서를 지참해 매장에 방문하면 집단소송 신청을 무료로 대행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 |
문장호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도 "경쟁사의 위기 상황을 자사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한 사례로, 광고 윤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며 "특히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심각한 보안 사고를 상업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악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통신 시장의 건전한 경쟁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며 "기업 간 불필요한 비방전으로 번질 경우 전체 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과거 보안 사고 경험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3년 1월 해킹 사고로 수십만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당시 유심 정보 일부와 함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으며, 초기 대응 지연과 피해 사실 공개 부족으로 비판을 받았다.
LG유플러스는 해당 메시지가 "본사가 아닌 한 대리점에서 발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자에 고객센터 번호가 포함돼 있고, 메시지 전반이 LG유플러스 브랜드를 기반으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사 메시지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교수는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라는 기업의 이름으로 마케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기업은 이익 추구 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의 민감한 정보와 직결된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사내 회의를 통해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한 마케팅 자제 지침을 내리고, 이를 전산망을 통해 대리점에 전달했다. 홍범식 사장도 이번 사태를 영업 기회로 활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관련 메시지가 일부 대리점에서 발송되면서, 현장 통제와 실행 관리 체계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본사는 SK텔레콤의 상황을 영업에 활용하지 않는다"며 "문자 발송 사실을 확인한 즉시 중단 조치했으며, 추가적인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조직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권역별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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