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멕시코대 캐나다'전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장면. 맨 왼쪽에 전 롯데선수 카림 가르시아의 모습도 보인다) |
(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최근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먹다짐도 못할거면서 괜히 경기시간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사직에서 열린 삼성-롯데 경기 5회말에 선두타자 장두성이 삼성 선발투수 이승현이 던진 직구에 헬멧을 맞았다. 헤드샷이 인정됐고, 투수는 자동 퇴장당했다.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바뀐투수 양창섭이 후속타자 전민재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그러자 양창섭은 다음 타자 윤동희에게 머리 쪽으로 직구를 던졌다.
다행히 윤동희가 황급하게 몸을 피해 맞진 않았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이 화가 난 듯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왔다. 이로 인해 양팀 선수들이 필드로 쏟아져 나왔고 이내 벤치 클리어링이 시작됐다.
지난 23일, 잠실에서 열린 NC와 두산 경기에서도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NC 박건우가 4회초 타석 때 두산 선발투수 콜어빈의 직구에 옆구리를 맞았다. 이때는 아무일도 없었다. 하지만 6회초 타석에서 콜어빈이 던진 직구가 머리 인근으로 날아오자 박건우가 폭발했다.
그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다. 두산 포수 김기연이 말렸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 콜어빈도 박건우 쪽으로 걸어왔다. '올테면 와바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박건우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마치, 두산 포수가 말려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사이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자 박건우는 기다렸다는 듯 전보다 더 큰 제스처를 그리며 화를 더 냈다.
(외국의 경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 주먹다짐이나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2013년 WBC 멕시코대 캐나다전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
벤치클리어링을 가리켜 '야구의 일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성인들만 보는 경기가 아니다. 어린이 팬들도 상당수 경기장에 오거나 TV 중계 등을 통해 시청한다. 다큰 어른들이 우루르 뛰쳐나와 육두문자를 써가며 싸우는 장면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절대 좋을 게 없다. 때론, 여럿이 한 사람을 에워싸고 윽박지르는 장면도 보인다. 비겁한 행동이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마치 '해도 괜찮은 일'로 인식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독특한 선후배 문화 때문에 막상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도 화끈한(?) 주막다짐은 보기 힘들다. 한 다리 건너면 지연과 학연으로 엃힌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벤치클리어링이라면 차라리 안했으면 좋겠다. 굳이 해야 겠다면 미국프로아이스하키(NHL)처럼 감정이 부딪힌 당사자들끼리 1:1로 붙어서 한 사람이 쓸어질 때까지만 싸우는게 차라리 정정당당하고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NHL은 다수의 선수들이 얽혀 싸우는 벤치클리어링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룰(규칙) 아래 선수들의 몸싸움을 용인하고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싸움은 1:1로만 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은 싸움에 개입하지 못한다. 복싱처럼 정정당당하다. 싸움은 반칙이지만 선수간의 주먹다짐이 발생하면 양쪽선수 모두에게 5분간 퇴장 처분만 내린다.
(NHL에서 일어난 선수들 간의 1:1 싸움 | Photo credit=The Hockey News) |
NHL은 때때로 팀의 사기를 높이거나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 1:1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팀에 이런 싸움닭 선수들을 한 두 명씩 보유하고 있다. 흔히 엔폴서(Enforcer) 또는 파이터(Fight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싸울 때 안전을 위해 헬멧을 벗거나 혹, 우리팀 선수가 일방적으로 맞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그 싸움에 개입하지 못한다. 야구처럼 우루르 몰려나가 뒤에서 때리거나 하는 등의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벤치클리어링이 야구의 일부이고 경기와 함께 도입된 스포츠문화라고 해도 좋지 않은 거라면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이 다 하는 거라도 안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용기다. KBO 차원의 규정도입도 필요하다. 그래도 해야 겠다면 NHL처럼 해라. 그럴 만한 상남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사진=©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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