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런던(영국), 이성필 기자] 6만 2천여 관중은 승패에 상관없이 오랜 무관을 깨고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클럽대항전 우승을 기념했다. 동시에 '전설'의 반열에 오른 주장 손흥민을 붙들라고 외쳤다.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일대는 경기 시작 시각을 네 시간이나 남겨 놓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현지 시각 오후 4시, 토트넘 홋스퍼와 브라이턴 호브 알비언의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있었다.
모두가 토트넘 깃발을 들고 있었다.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4강 1차전 홈 경기 당시 토트넘 구단이 전관중석에 깃발을 배치해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도로나 지하철, 전철은 모두 토트넘 팬들로 가득했다. 우승에 대한 여운은 각자가 느끼는 차이가 있었겠지만, 2007-08 시즌 이후 17년 만에 우승컵 하나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이 가득했다.
이미 지난 24일, 토트넘 홋스퍼 일대를 도는 우승 버스 행진을 했지만, 한동안 팬들의 눈과 귀, 머릿속에는 UEL 우승의 전율이 쉽게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일부 상점에는 토트넘이 버스에 새겼던 '유로파리그 우승자'라는 문구를 똑같이 붙여 놓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온 팬들도 기쁨을 나눴다. 강릉에서 왔다는 한권택 씨는 "여행 중 홈경기가 있는 것을 알았고 아내를 설득해 표를 구매했다. 시즌 최종전이기도 했고 UEL 우승으로 경기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흥민 선수가 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상관없다. 우리 선수가 우승의 주역이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1월 토트넘 구단이 옵션 연장을 행사해 내년 6월까지 동행한다. 하지만, 이적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금화가 필수라는 지적부터 정상에 올랐으니 아름답게 결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이런 실체 없는 이야기를 토트넘 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우승 행진 현장으로 향하는 토트넘 팬으로 가득한 전철에서 만난, 49년 동안 토트넘을 응원했다는 제이미 올란드 씨는 "한국 사람인가. 한국에서 왔는가"라며 묻더니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을 'Invincible person(=불사신=)'으로 대우해야 한다. 재계약을 통해 토트넘에서 은퇴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그를 내보내라는 쓰레기 글은 태워 버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바로 아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벅스턴 마일드라는 팬도 거들었다. "해리 케인 봐라. 우승하려고 바이에른 뮌헨에 가지 않았나. 손흥민은 토트넘에 대한 'Mindset(=마음 가짐=)이 다르다. 그의 눈물에서 심정적 동조를 느꼈다. 한국인들은 지미 그리브스를 알고 있나. 그리브스 수준으로 예우해야 한다"라고 동조했다.
듣는 순간에는 그리브스가 누구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가 토트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였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이스 원 쏘니' 응원가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실력이나 상업적 위상이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 이르렀다. 오히려 손흥민이 빠진 브라이턴전에서 토트넘은 UEL 우승의 흥에 취했는지 1-4로 완패하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고민과 불신만 더 강하게 드러났다. 우승이 덮어주기는 했지만, 환희 뒤에는 또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들기는 다니엘 레비 회장의 두뇌 회전이 더 빨라질 수 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를 누비게 되지만, 현재 전력에서 보강이 없거나 손흥민 중심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면 더욱 어려움이 처할 가능성이 있는 토트넘이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UCL 진출로 잔류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야기도 흘리지만, 이적 시장이 열리면 또 모르는 일이다. 손흥민을 예우하려면 재계약과 더불어 전력 보강을 같이 해줘야 하는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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