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로마는 기원전 390년 알리아 전투 참패와 초유의 로마 약탈 사건을 겪은 후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를 중심으로 군제 개편에 돌입했다.
그 유명한 '하스타티-프린키페스-트리아리 편제'다. 팔팔한 신병 하스타티가 최전선에서 적과 충돌하면 고참병인 프린키페스가 진영이 무너진 적군을 밀어내고, 뒤이어 최소 15년은 복무한 역전의 용사들인 트리아리가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신병과 고참병, 노련한 역전의 용사들이 한팀을 이뤄 각자의 역할에 맡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편제는 기원전 107년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군제 개편전까지 무적의 로마군을 상징하는 강철 독수리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로마는 지중해를 제패했다.
그 유명한 '하스타티-프린키페스-트리아리 편제'다. 팔팔한 신병 하스타티가 최전선에서 적과 충돌하면 고참병인 프린키페스가 진영이 무너진 적군을 밀어내고, 뒤이어 최소 15년은 복무한 역전의 용사들인 트리아리가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신병과 고참병, 노련한 역전의 용사들이 한팀을 이뤄 각자의 역할에 맡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편제는 기원전 107년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군제 개편전까지 무적의 로마군을 상징하는 강철 독수리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로마는 지중해를 제패했다.
"하스타티"
엔씨가 뿜어내는 진군의 나팔소리가 요란하다. 아직 부침의 충격은 여전하지만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아이온2' 출시가 시작되면 상당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의 대립이라는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MMORPG 최초로 본격적인 공중 전투를 도입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과 콘텐츠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K-MMORPG의 위상을 드높였던 주역이다.
이러한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인 '아이온2'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추억 보정을 넘어선다. 게이머들은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될 광활하고 아름다운 월드, 원작의 핵심 재미였던 입체적인 전투의 진화, 그리고 한층 깊어진 스토리와 대규모 RvR(진영 간 대규모 전투)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 등을 통해 보여준 최신 기술의 집약과 과감한 시스템 혁신이 '아이온2'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다.
아이온2'가 지닌 잠재적 파괴력은 여러 측면에서 예측된다. 첫째, 출시와 동시에 기존 MMORPG 이용자들을 대거 흡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재편할 가능성이다. 대작에 목말라 있던 코어 게이머층은 물론, '아이온'의 명성을 기억하는 휴면 유저들까지 끌어모으며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MMORPG 장르의 기술적, 콘텐츠적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를 통해 선보일 새로운 엔진 기술, 인공지능(AI) 활용, 서버 기술 등은 이후 등장할 경쟁작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장르 전체의 질적 상향 평준화를 이끄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엔씨소프트의 기업 가치 및 성장 동력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성공적인 글로벌 론칭은 막대한 수익 창출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파워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엔씨가 관록의 레거시 IP 확장과 기대 신작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펴고 2026년 목표 실적이라는 창공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린키페스-트리아리"
한때 게임업계를 호령했던 '왕년의 에이스'들도 엔씨의 미래를 책임질 해결사로 다시금 전면에 나섰다. 엔씨가 '리니지', '블레이드 & 소울'(이하 블소) 등 자사의 강력한 레거시(전통) 지식재산권(IP)을 발판 삼아 2026년 목표 매출 달성을 향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름들의 화려한 귀환과 변신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엔씨의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기존 IP의 지역 확장 외에도 스핀오프 게임 3종을 준비 중"이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레거시 IP에서만 매출 1조 5천억 원을 추정하고 있어, 회사의 비용을 레거시만으로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영광에 기댄 구상이 아닌, 철저한 시장 분석과 전략적 확장을 통한 구체적인 목표다.
그 선봉에는 '리니지2M'이 섰다. 지난 5월 20일, '리니지2M'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지 서비스는 베트남 VNG게임즈와 손잡고 설립한 합작법인 'NCV GAMES'가 맡아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총 5개 언어를 지원하고, 이용자 부담을 낮춘 시스템과 혈맹 중심 콘텐츠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가동하며 초반 흥행몰이에 나섰다.
동남아시아 게임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신흥 시장으로, 특히 젊은 인구층의 비중이 높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며 모바일 게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리니지2M' 출시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의 K-MMORPG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출시 이전부터 진행된 사전예약에서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현지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는 '리니지'라는 IP가 가진 인지도와 '리니지2M'의 게임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MMORPG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고품질의 대작 MMORPG에 대한 갈증이 존재한 바 있어 더욱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거대한 중국 시장 공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텐센트가 주관한 신작 발표회 '스파크 2025'에서 '리니지2M'은 주요 퍼블리싱 게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백승욱 총괄 디렉터를 비롯한 핵심 개발진이 직접 나서 특유의 장대한 스케일과 치열한 전투를 어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6월부터 현지 테스트를 위한 이용자 모집을 시작하며, 텐센트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현지화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엔씨의 또 다른 기둥인 '블소'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북미·유럽 시장에 선보였던 리마스터 버전 '블레이드 & 소울 NEO'는 서비스 플랫폼 확대를 통해 저변을 넓힌다. 북미·유럽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NCA는 '블소 NEO'를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서구권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켜 IP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블소 NEO'의 스팀 출시는 단순히 유통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스팀은 전 세계 수억 명의 활성 이용자를 보유한 막강한 플랫폼으로, 기존 자체 런처(Launcher)를 통한 서비스 방식에 더해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블소 NEO'를 선보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창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북미·유럽 시장은 다양한 취향의 게이머들이 공존하며, 특히 스팀을 통해 게임을 접하고 구매하는 이용자층이 두텁다. NCA는 스팀 입점을 통해 기존 '블레이드 & 소울' IP를 알고 있지만 접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던 잠재 이용자 스팀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MMORPG를 탐색하는 신규 이용자 모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블소 NEO'의 북미·유럽 시장 내 인지도 상승과 플레이 경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IP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스핀오프 게임 개발도 활발하다. 올 4분기부터 내년까지 총 3개의 스핀오프 게임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IP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려는 엔씨의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공세 속에서도 엔씨는 기존 게임들의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내실 다지기에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 엔씨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모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 트래픽 지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이용자 수와 활동성 측면에서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리니지M'은 지난 3월 'HOMECOMING' 업데이트를 통해 구글 매출 1위 자리를 되찾는 저력을 과시했으며, '리니지W'는 최근 Non-PK(플레이어 간 전투 금지) 월드를 추가하며 다양한 이용자층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잘 구축된 IP 하나가 여러 신작 못지않은, 때로는 그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격언이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의 IP들은 이미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받았으며, 증권가에서도 현재 비용 구조에서 기존 게임 매출만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게임업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다 엔씨의 근본적 저력에 의구심을 더하는 이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씨도 물러날 기세는 아니다. 하스타티-프린키페스-트리아리로 이어지는 IP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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