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장(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심코 놓치고 지나간 신간, 인터뷰에 담지 않은 후일담, 각종 취재기 등 이모저모. +α를 곁들여 봅니다.
이번 주 국내 문학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본어와 독일어, 이중 언어로 글을 쓰는 세계적인 작가 다와다 요코(65)의 방한이었습니다.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나 1982년 독일로 이주했고, 지금은 베를린에 삽니다. 주요 작품은 ‘눈 속의 에튀드’ ‘헌등사’ ‘지구에 아로새겨진’을 포함한 ‘Hiruko 3부작’ 등. 모어(母語) 밖으로 벗어나는 ‘엑소포니(exophony)’를 지향하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일구고 있어요. 일본 출신 작가 중에선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에 번역·출간된 다와다 요코 작품은 일본어로 먼저 쓴 작품이 더 많지만, 그때그때 달리 쓴다고 해요. 방한 기자 간담회에선 “스토리가 중요할 땐 일본어로 쓰게 되고, 추상적 사상이 먼저 있을 때는 독일어로 쓴다. 독일어로 쓰면 철학적 산문처럼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번 주 국내 문학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본어와 독일어, 이중 언어로 글을 쓰는 세계적인 작가 다와다 요코(65)의 방한이었습니다.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나 1982년 독일로 이주했고, 지금은 베를린에 삽니다. 주요 작품은 ‘눈 속의 에튀드’ ‘헌등사’ ‘지구에 아로새겨진’을 포함한 ‘Hiruko 3부작’ 등. 모어(母語) 밖으로 벗어나는 ‘엑소포니(exophony)’를 지향하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일구고 있어요. 일본 출신 작가 중에선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에 번역·출간된 다와다 요코 작품은 일본어로 먼저 쓴 작품이 더 많지만, 그때그때 달리 쓴다고 해요. 방한 기자 간담회에선 “스토리가 중요할 땐 일본어로 쓰게 되고, 추상적 사상이 먼저 있을 때는 독일어로 쓴다. 독일어로 쓰면 철학적 산문처럼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작가는 19~23일 한국에 머물렀는데요. 19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19일 저녁 교보인문학석강, 21일과 22일 저녁엔 다와다 요코의 책을 펴낸 출판사(은행나무와 민음사)가 주최한 각각의 북토크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다 가봤습니다. ‘덕질’을 할 땐 제대로 하자는 주의라서요. 각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추려 구독자 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DAY 1
19일 저녁에 열린 ‘2025 세계 작가와의 대화 교보인문학석강’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에서 열렸습니다. 약 한 시간가량 다와다 요코가 본인이 준비한 강연문을 읽고 이후 홍한별 번역가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350석 자리 강연장인데, 600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나름 치열했습니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19일 교보 인문학 석강에서 강연 중인 다와다 요코. /대산문화재단 |
이날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부분입니다. 강연을 들으며 받아쳤어요. 동시 통역이 빠르게 진행된 탓에 잘 듣지 못한 부분도 있는데요. 정확히 받아친 부분만 재차 확인을 거쳐 인용합니다.
재일 조선인 시인 김시종의 ‘나의 양치기 소년’이라는 에세이를 바탕으로, 다와다 요코가 여기에 자신의 해석을 곁들였어요. 양치기 소년 우화에서 거짓말, 픽션, 번역, 엑소포니까지 나아가는 다와다 요코의 단상이 의미심장합니다.
“엑소포니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이야기를 잘 알지요? 늑대가 나타났다고 몇 번을 거짓말을 했고, 어느 날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 소년은 왜 늑대가 나타났다고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공동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위험이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 고독감 때문에 때때로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기뻤습니다. (…) (양치기 소년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직감하고 경고한 것입니다. 그것은 늑대라는 위험입니다. 양치기 소년이 문학자 본연의 자세를 상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픽션도 일종의 거짓말입니다. 메타포도 넓은 의미에서는 거짓말입니다. 외국어를 직접 번역하면 그것도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이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도보다 진실하지 않을까요? 엑소포니 또한 늑대를 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요?”
◇DAY 2
21일 북토크는 서울 망원동의 ‘벨로주 망원’에서 진행됐습니다. 30명 정도가 자리했는데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다와다 요코의 ‘Hiruko 3부작’(‘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어른거리는’ ‘태양제도’)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21일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은행나무의 북토크 행사. 왼쪽부터 다와다 요코, 장혜령 시인./은행나무 |
‘Hiruko 3부작’은 무국적 유랑자들이 나누는 수다가 가득합니다. 다와다 요코의 팬임을 자청하는 장혜령 시인이 사회자이자 질문자로 나서 진행을 해주었는데, 그 역시 ‘Hiruko 3부작’에 나올 법한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유랑자의 바이브(vibe)랄지…. 3부작 각 장의 제목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서 ‘Hiruko가 말한다’ ‘아카슈가 말한다’ ‘나누크가 말한다’ 이런 식인데요. 이날은 어쩐지 ‘혜령이 말한다’와 ‘요코가 말한다’ 같았달까요. 북토크 마지막 질문으로 장혜령 시인이 이런 말을 꺼내며 다와다 요코에게 답을 요청했는데요. 질문과 답이 모두 인상 깊었습니다.
21일 '벨로주 망원'에서 진행된 다와다 요코x은행나무 북토크./은행나무 |
장혜령 시인: 번역이라는 단어를 보면 ‘번(飜)’은 ‘날 번’이다. 날아갈 번 속에 새가 들어 있다. 그래서 정말로 번역이라는 말 속에 날아가는 새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의 언어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한국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어떻게 번역적인 새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이든 이야기해주세요.
다와다 요코: 일본어로 쓴 텍스트를 보더라도 그 안에 한자가 있고, 히라가나가 있고, 가타카나가 섞여 있다. 한자로 쓴 단어 중에서도 굉장히 오래된 한자도 있는가 하면, 일본인들이 조합해서 만든 새로운 한자, 유럽에서 새로운 개념을 들여오기 위해 번역투로 만든 한자 같은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자유나 민주주의 같은 것들. (…) 그래서 한 언어에 여러 언어가 공존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하나의 언어는 결코 하나의 언어일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참고로 장혜령 시인은 최근 ‘여자는 왜 모래로 쓰는가’라는 산문집을 냈는데요. 여성 작가 9명의 에너지와 광기의 아름다움에 관한 책입니다. 다와다 요코를 다룬 장도 있어요. 위 질문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이 산문집을 눈여겨보시길요.
◇DAY 3
작가의 마지막 공개 일정인 22일 북토크는 서울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강연장에서 열렸습니다. 진행은 민음사 편집자이기도 한 정기현 소설가가 맡았습니다. 민음사에서 펴낸 ‘개 신랑 들이기’와 ‘헌등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북토크가 너무 무겁지 않게 흐르도록 정기현 소설가가 신경을 썼다고 느꼈는데요. 쉬어가는 느낌으로 던진 가벼운 질문들에서 의외의 답변이 나오면서 쿡쿡 웃게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
정기현 소설가: ‘헌등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소개해 드리고 싶다. 무메이(소설 속 등장인물)가 예전에 메밀국숫집을 지날 때 브레이크 타임이었는지 ‘준비 중’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무메이가 그걸 보고 힌트를 얻어서, 학교에서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준비 중’이라는 팻말을 거는 장면이 있다. (…) 작가님은 몇 개의 팻말을 휴대해 갖고 다니면서 굳이 긴 말 없이 팻말을 쓸 수 있다면, 어떤 팻말이 필요할 것 같으신지?
다와다 요코: 사실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어떤 소설이 쓰여질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긴 시간을 들여서 소설을 써도 소설이 잘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 ‘요즘 어떤 소설을 쓰고 있어?’라고 물어볼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있으면 걸고 다니고 싶다.
정기현 소설가: 그 팻말 굉장히 필요할 것 같고, 회사에서도 되게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다와다 요코의 지향을 엿보게 해준 신박한 질문도 있었어요. 이런 질문을 해준 정기현 소설가께 감사를….
정기현 소설가: ‘동물들의 바벨’(‘헌등사’에 수록된 마지막 단편)이라는 작품에 토끼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질문을 작가님께도 여쭤본다. 토끼가 한 질문은 이렇다. 만약 무엇이든 전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딱 한 가지 질문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겠습니까?
다와다 요코: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저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별로 묻고 싶은 게 없긴 한데. 만약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답이 있다고 한다면 한 가지 지금 떠오른 것이 ‘폭력 없는 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야기(story)에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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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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