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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인 구매자’ 만찬 논란…“암호화폐 부패의 에베레스트산”

뉴시스 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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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인 구매자’ 만찬 논란…“암호화폐 부패의 에베레스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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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3일전 출시한 ‘$트럼프’ 상위 구매자 220명 초청 만찬
만찬장 밖 시위대 “부끄러워 하라” “암호화폐 부패” 연호
백악관 대변인 “대통령직 이용 이득 보는 것 아냐” 해명
[워싱턴=AP/뉴시스] 아워 레볼루션 소속 활동가들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스털링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로비 활동과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골프장 안에서는 대통령의 암호화폐 상위 보유자 220명이 트럼프와의 독점 만찬 자리를 위해 총 3억 94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워싱턴=AP/뉴시스] 아워 레볼루션 소속 활동가들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스털링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로비 활동과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골프장 안에서는 대통령의 암호화폐 상위 보유자 220명이 트럼프와의 독점 만찬 자리를 위해 총 3억 94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 3일 전 자신의 이름을 딴 암호화폐(밈코인)를 판매하고, 취임 이후 많이 구매한 순으로 초대해 만찬을 가진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직함을 팔아 돈벌이를 하고 개인 밈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주간의 ‘경연 기간’ 가장 많은 액수의 ‘$트럼프($TRUMP)’ 밈코인을 산 구매자 상위 220명을 이날 자신의 개인 골프클럽에 초대해 만찬 행사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 220명 중 상위 25명은 저녁 식사 트럼프와 좀 더 친밀한 모임을 갖고 후에는 백악관도 둘러보게 된다.

참석자들은 이날 만찬을 세계에서 ‘가장 독점적인 초대’ 라고 불렀다. 행사장에는 이날 행사장 참석 자격을 얻은 220명의 순위표가 게시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의 발언과 그들이 제공한 동영상 등을 통해 이 행사를 전했다.


만찬 골프장 밖 시위대 “부끄러워하라” 연호

22일 오후 워싱턴 북서쪽 외곽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오후 5시경부터 클럽 밖에서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이 입장 테이블 옆에 모여 손목 밴드와 추첨권을 받아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는 신분 확인을 위해 외국 여권을 보여줬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해외에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한국의 암호화폐 전문가 오상록 씨는 “암호화폐를 다시 위대하게(Make Crypto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 야구 모자를 들고 참석했다. 그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만찬이 시작되기 전 클럽 입구에 약 100명의 시위대가 모여 “부끄러운 일이다(shame)”를 연호했다.

시위자들은 “암호화폐 부패 중단” “게스트 명단 공개” “왕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오리건)은 골프장 입구에서 “이건 암호화폐 부패 클럽이다. 부패의 에베레스트 산과 같다”고 소리를 지르다 목이 쉬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후광속 열린 행사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만찬에 대해 “부적절한 것이 없다” “대통령직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후광과 뗄 수 없는 점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용 헬리콥터를 타고 백악관에서 출발해 이곳에 도착했다.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문장으로 장식된 연단에서 연설했고 뒤로는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백악관 “부적절한 것 없다” 해명에도…

행사의 외양보다 참석자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금융 규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분명히 가지고 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도 만찬에서 “지난 행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비난했다. 참석자들은 박수치고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트럼프는 “암호화폐에는 많은 상식이 있다. 우리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하게 되어 영광이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상위 25명과의 만남에서는 “우리는 암호화폐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선거 자금 모금 행사가 아니라 미국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대통령의 사업 파트너들이 대통령 일가를 직접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한 모임이었다고 NYT는 평가했다.

‘트럼프 코인’은 많은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트럼프와 그의 가족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수단이 됐다.

NYT는 트럼프 2기 들어 가족과 파트너들을 위한 12건 이상의 수익성 높은 거래가 이뤄졌다고 했다.

카타르에서 세르비아에 이르기까지 외국 정부가 관여한 부동산 거래, 아랍에미리트 정부로부터 20억 달러를 유치한 새로운 은행형 암호화폐 사업, 사우디 자금 지원 사업체가 후원하는 마이애미 골프 클럽 골프 대회 등은 그중 일부였다.

트럼프는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수십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늘린 것으로 추산되며 그중 상당 부분은 암호화폐를 통해 이루어졌다.

트럼프의 이익 추구 행태 중 밈코인 만찬만큼 노골적인 것은 없었다고 NYT는 꼬집었다.

“트럼프를 위한 일종의 모금행사”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순위 1위를 차지한 암호화폐 플랫폼 ‘트론’을 운영하는 중국 억만장자 저스틴 선은 검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우산을 받쳐주는 비서와 함께 가장 먼저 도착한 손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입장 전 NYT와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이번 만찬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만나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 오 씨는 버지니아주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일종의 모금 행사”라며 “그는 항상 후원자들에게 친절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대만 암호화폐 업체 ‘크로노스 리서치’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빈센트 리우는 트럼프와 미국 제 당국의 승인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관심을 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트럼프 코인을 구매했다.

트럼프 코인은 취임 며칠 전 출시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가격도 폭등했으나 폭락해 투자자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측, 암호화폐 판매 수수료만도 최소 3억 2000만 달러

트럼프측은 이날 만찬 참석 경쟁자들의 코인 구매를 늘리기 위해 경연이 진행된 최근 3주 동안의 코인 개수로만 선정했다.

트럼프 가족회사가 트럼프 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수수료도 챙긴다.

암호화폐 분석 회사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트럼프 코인으로 최소 3억 20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발생시켰다. 트럼프 가문은 이 수수료를 사업 파트너들과 공유한다.

많은 참석자들이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방식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만찬을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이야기를 듣고 미국 내 사업 확장 방안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참석

이날 참석자 순위 165위를 차지한 27세 컨설턴트 빈센트 데리우는 “트럼프와 셀카나 악수, 사인 같은 걸 받는다면 그 자체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마무리되자 트럼프 브랜드 시계 두 개를 경품으로 주는 추첨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모자를 머리에 쓰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날 행사는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라는 회삭 진행을 맡았다. 지난해 7월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외친 구호를 딴 것으로 올해 1월 만들어진 회사다.

트럼프 가문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빌 잰커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상위 25명에게 ‘특별 VIP 백악관 투어’를 약속한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백악관 관련 내용은 삭제되고 ‘VIP 투어’라고만 적었다.

백악관 투어 행사에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위한 특별 투어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저녁 식사 주최측이 여전히 대중에게 공개된 백악관 동쪽 윙을 둘러보는 투어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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