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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
수미상응(首尾相應)이라는 성어를 곧잘 썼던 적이 있다. 학교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앞과 뒤, 서론과 결론이 서로 잘 어울려야 좋은 글이 나온다면서 말이다. 글의 앞과 뒤를 머리와 꼬리로 표현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이 원전인 이 성어는 사실 싸움에 얽힌 용어다. 본래는 작전(作戰)의 요령을 알리는 내용이다. 군이 기동전을 벌일 때 앞과 뒤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적군의 공세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듯 병력이 한 몸체를 이루는 것을 대오(隊伍)라고 한다. 옆으로 늘어선 줄은 횡대(橫隊), 앞뒤로 선 줄은 종대(縱隊)다. 그 줄의 흐름을 대열(隊列), 구성원들이 줄을 만들면 편대(編隊)다. 따라서 이 ‘대(隊)’는 완연한 군사적 글자다.
군대(軍隊)라는 단어가 우선 그렇다. 연대(聯隊)와 대대(大隊), 중대(中隊)와 소대(小隊), 해병대(海兵隊)와 특공대(特攻隊) 등 ‘대’가 들어가는 한자 군사 용어는 매우 풍성하다. 병력을 이루는 집단, 또는 그 대열을 일컫는 말들이다.
어딘가에 몸담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중국인들이 드러내는 집단 심리다. 길게 늘어선 줄에 슬쩍 몸을 끼워 넣는 사람들의 행위를 중국에선 삽대(揷隊)라고 적는다. 우리말로 쉽게 말하자면 ‘새치기’다.
‘삽대’는 문혁(文革)의 여파로 도시를 떠난 젊은이들이 시골 생산 조직에 끼어드는 것도 일컬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새치기’를 일컫는다. 중국 국내와 세계 곳곳에서 늘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해킹으로 벌이는 중국의 ‘사이버 새치기’가 두렵다. 세계 각국의 여러 틈새를 첨단 해킹의 수법으로 위협한다는 소식이다. 최근 SK텔레콤 사태에서 보듯 중국의 혐의는 매우 짙은 모양이다. 심각한 안보 의식으로 대처해야 할 중국의 신종 새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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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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