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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공정위 ‘CJ 부당지원 제재’에 새 고시 소급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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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공정위 ‘CJ 부당지원 제재’에 새 고시 소급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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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 고시를 만들어 씨제이(CJ)그룹에 무리하게 소급 적용하려 한다.”



최근 공정위 심사관(검찰의 검사 역할)이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씨제이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다. 공정위가 지난 4월 신설한 ‘파생상품을 활용한 채무보증 탈법행위’ 관련 고시를 10년 가까이 지난 과거 사건에 적용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사실관계 혼동에서 비롯된 오류거나, 혹은 의도적인 거짓 주장에 가깝다. 공정위 심사관이 씨제이에 적용하려는 법령은 ‘부당지원 금지’ 조항이고, 최근 신설된 고시는 ‘채무보증 금지’와 관련된 별개 조항이기 때문이다.





‘채무보증’과 ‘부당지원’은 다른 규제





‘채무보증 금지’(공정거래법 24조)는 국내총생산(GDP)의 0.5%(약 11조6천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에만 적용되는 ‘사전 규제’다. 상출집단 내 계열사 간에 대출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지원 행위(채무보증)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무분별한 채무보증은 재벌그룹의 선단식 경영을 강화해 연쇄 부실화 위험을 높이거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원천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인 만큼 적용 범위는 법령에 열거된 유형으로만 제한된다. 채무보증의 의도나 효과 등은 따지지 않는다.



재계 등이 문제삼는 ‘채무보증 고시’는 이같은 채무보증 금지 유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지난 4월 개정(내년 4월 시행)됐다. 그간 채무보증 금지 유형이 대출 등 여신 거래에만 한정된 탓에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일부 상출집단들이 TRS와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활용해 사실상 채무보증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해당 규정 적용을 피해 왔다. 지난해 5월 기준 상출집단의 TRS 거래 규모는 2조8185억원에 이른다.



씨제이(CJ)그룹의 로고

씨제이(CJ)그룹의 로고


반면 공정위가 씨제이그룹 제재에 적용한 조항은 새 고시와는 무관한 ‘부당지원 규정’(공정거래법 45조 제1항 제9호)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씨제이가 2015년 TRS 거래로 재무 상태가 양호한 계열사에 손실을 떠넘기고 부실계열사에 총 115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 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이 계열사에 일반적인 거래와 비교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규정한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신영호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채무보증 금지는 상출집단에만 적용되는 재벌 규제이고, 부당지원은 상출집단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하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의 한 유형”이라며 “두 제도는 적용 범위와 취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채무보증 고시 시행 전 행위엔 소급 적용 불가





재계 등에서 우려하는 파생상품 채무보증 금지의 소급 적용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소급 적용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으로 위헌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계의 소급 적용에 대한 비판은 파생상품 채무보증 고시 제정 발표와 씨제이에 대한 제재 착수 보도 시점이 우연히 겹치며 비롯된 오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석동수 공정위 부당지원감시과장은 “이번 씨제이 사건에서 문제삼은 것은 TRS 거래 자체가 아니다”라며 “그 거래를 수단으로 삼아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지원 행위를 했다는 점에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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