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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현실이 됐습니다.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레전드' 호칭을 거부했던 손흥민이 드디어 이 단어를 스스로 받아들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다.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맛보며 '무관의 설움'을 털어낸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캡틴' 손흥민(32)은 눈물을 흘리며 새벽에 90분 승부를 시청한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지금 새벽 4시다. 한국팬들에게 감사하다"며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0으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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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만 해도 각종 대회에서 숱한 우승을 쌓아왔던 맨유의의 근소 우세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토트넘은 전반 막판 자책골로 1-0 리드를 잡은 뒤 후반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공격울 막아내고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주장이나 10년간 헌신한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 회복 뒤 컨디션을 전부 회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듯 벤치에서 놔두고 맨유전을 시작했다.
맨유는 전반 42분 상대 수비수 루크 쇼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 토트넘은 후반 22분 히샬리송 대신 교체로 투입돼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특히 우승 세리머니 때 팀을 대표해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우승은 토트넘에 2007-2008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일궈낸 공식 대회 우승이다. 손흥민 입장에선 2010년 함부르크를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뒤 15년 만에 유럽에서 일궈낸 첫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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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 중계사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은 허리춤에 태극기를 두르면서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이 된 유로파리그 우승 소감을 말했다.
손흥민은 진행자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나요?"라고 첫 질문을 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네! 오늘만큼은 저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함께 즐기고 축하합시다"라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우승의 기분을 묻는 말에 손흥민은 "내가 항상 꿈꿨던 것이다. 오늘이 이뤄진 날이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엄청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급기야 최근엔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미 강등이 확정된 3팀(레스터 시티, 입스위치 타운, 사우샘프턴)을 제외하곤 순위가 가장 낮은 17위까지 추락했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감독님이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고, 나 역시 주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었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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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즌 전체를 보면 항상 힘든 순간도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있었다"며 "나는 항상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고, 조언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운이 좋았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토트넘 팬들이 당신의 우승을 정말 원했다는 말엔 손흥민도 웃으며 "그래서 난 압박감이 있었다. 나도 정말 정말 원했다. 지난 일주일간 매일 같은 장면을 꿈꿨다. 마침내 이뤄냈고 이제야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행복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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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오늘은 모두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축하하는 날이다. 모두에게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아마 내일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흥민은 한국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킥오프할 때 새벽 4시였다. 그 시간에도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정말 자랑스럽다. 이 트로피를 들고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되어 너무 기쁘다"라며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이 열리는) 일요일(현지 시간) 팬들 앞에서 가장 큰 미소를 지을 것이다. 나는 이 트로피와 함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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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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