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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기타맨', 어느 기타맨의 로망인지 망상인지

스포티비뉴스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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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기타맨', 어느 기타맨의 로망인지 망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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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어느 가난한 천재 기타리스트의 인생을 꿈꾼 듯한 로망이 현실화됐다. 제작 투자도, 시나리오도, 감독도, 주연도, OST도 모두 한 사람이 맡아 '내 돈으로 내 꿈을 이룬' 작품, '기타맨'이다

'기타맨'(감독 김종면, 이선정)은 가난한 예술가, 무명 기타리스트 이기철(이선정)이 인디 밴드 '볼케이노'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이선정이 바로 이 작품의 감독 겸 작가 겸 가수 겸 투자자다. 성원제약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은 고 김새론의 유작으로, 김새론은 이번 작품에서 키보드 연주자 유진 역을 맡았다. 75년생 이선정과 연인에 가까운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

작품성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총체적 난국이다. 화면 밖으로 퀘퀘한 쩐내와 술 냄새를 풍기는 비호감 주인공, 참고 보기 어려운 발연기, 이해하길 포기하면 편해지는 개연성, 왜 저러나 싶은 감정선, 작위적인 대사, 지적할 의욕마저 꺾어버리는 황당한 전개까지 헛웃음이 나온다. 일일이 지적하자면 모든 장면이 그 대상이 될 뿐이다.

등장부터 주인공 기철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술을 마셔대고 뭔가가 되어야겠다거나, 뭔가가 좌절됐다거나의 목적도 없이 떠돈다. 왜 방황하는지, 거지꼴이 됐는지 관객들은 영원히 알 수가 없다. 그러다 지인의 도움으로 볼케이노에 들어가자 취객에서 천재 기타리스트가 된다.

누가 들어도 어설픈 기철의 무대를 보고 모두가 감탄하며 단번에 반해버리고, 어설픈 흥얼거림으로 들려준 자작곡에 '어떻게 이런 곡을 쓸 수 있지?'라며 유진(김새론)도 그에게 푹 빠진다. 관객들은 '몰래카메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할 정도. 그러다 '아이돌 음악은 찍어낸 것 같다', '소울이 없다'는 대사로 황당한 폄하를 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밴드 음악을 무시하는 관객에게는 참지 못하고 분을 터트리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난데없이 사채업자들이 등장해 길고 지루한 코믹 연기를 뽐낸다.


녹은 아이스크림 방울이 바닥이 아닌 배로 떨어지고, 언제 빨았는지 모를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기력 없는 알코올 중독 기타리스트에게는 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진다.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정체 모를 부유한 미모의 여성까지 등장해 그의 기타 소리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며 거액의 빚을 갚아주고 2000만원짜리 기타를 선물하겠다고 나선다. 심지어는 그에게 푹 빠져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누군가가 망상한 내용들이 로망처럼 이뤄지는 듯한 전개다.


이들 사이 김새론의 존재는 다소 이질감이 있다. 볼케이노 멤버들과 느껴지는 나이대도 삼촌들과 조카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 팀워크로 묶이기엔 부담스러운 세대 차다. 특히 주인공에게 '오빠'라고 하며 연애 감정을 드러내기에는 설정상 나이와 별개로도 지나친 무리수다. 차라리 김새론과 비슷한 나이대로 남자 주인공과 밴드 멤버들을 구성했다면 가난한 청춘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보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고난의 '기타맨'에 홀로 우뚝 선 김새론은 특유의 '찡긋' 미소를 보여주며 밝고 유쾌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엔딩과 맞물려 이것이 그의 유작이라는 점이 더욱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남긴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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