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심각화해
유럽 내 외교압박 거세져
이스라엘 우군이었던 美 역시 외면
이스라엘 극우연정은 네타냐후는 압박
유럽 내 외교압박 거세져
이스라엘 우군이었던 美 역시 외면
이스라엘 극우연정은 네타냐후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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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Jabalia)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자선단체의 식사 배급소에 모여 조리된 음식을 나눠 받고 있다. (사진=AFP)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이 전방위적인 외교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가 연이어 무역 및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데 이어, 전통적 최대 우방국인 미국마저 공개적으로 전쟁 종식을 촉구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외교적 갈림길에 서게 됐다.
英·EU “이스라엘, 가자지구 봉쇄 안 풀면 경제 제재”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21일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11주간에 걸친 가자 봉쇄는 잔혹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상 중단과 함께 정착촌 불법 전초기지와 관련자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 확대 시 추가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EU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EU 외교정책 수장인 카야 칼라스는 EU 27개 회원국이 이스라엘과의 무역협정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칼리스는 기자회견에서 “대다수의 외무장관들이 인권법 조항이 포함된 협정 재검토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과 EU의 조치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보냈지만, 그 영향이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며 EU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실제로 단절하려면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파트너이지만 독일 등은 이런 경제적 압박 수단을 활용하는데 미온적이다. 반면 프랑스는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에 매우 강경하다.
하지만 가장 주목되는 움직임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중동 정책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점점 배제하고 있다. 미국은 하마스와 미국의 마지막 생존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별도의 협상을 체결하고 지난주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했다. 또 이스라엘이 반대에도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과의 핵협상도 진행 중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원하며, 모든 인질의 석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과거에도 미국의 인도주의적 압박을 정면 돌파하면서 국내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종식을 요구하고 있어 전례와는 다른 양상이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은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지 않고 있어 이스라엘이 의지할 곳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슈무엘 로스너 유대인정책연구소 선임연구소는 “이스라엘은 강하지만 초강대국은 아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혼자 싸울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2026년 총선 앞두고 이스라엘 내부도 ‘균열’
이스라엘이 두 달간 식량, 의약품, 기타 필수 구호품의 반입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담당 고위 관계자인 톰 플레처는 구호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가자지구에서 1만 4000명의 아기가 앞으로 이틀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지난주 이른바 ‘기드온의 전차 작전’이라는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9만 7000명이 집을 잃고 피난했을 떠났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도망쳤다가 그곳마저 폭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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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요르단에서 출발한 한 구급차가 이스라엘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진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제한적인 구호물자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첫 다섯 대의 트럭이 5월 19일 식량, 특히 유아용 식품 등을 포함한 물자를 실어 진입했다고 밝혔다.(사진=AFP) |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에 이스라엘은 하루 100대씩 구호트럭을 보낼 것을 허용했지만, 구호단체들은 극심한 기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수의 트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9일 유아용 식품과 영양보충제가 실린 트럭이 국경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배급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
이런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극우 연정 파트너들은 하마스에 닿을 가능성이 있는 구호물자 반입 시 연정 탈퇴를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나서진 않은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연합이 선거를 치를 경우 과반을 잃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좌파 야당 지도자 야이르 골란은 “이스라엘은 지금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국제사회에서 왕따(pariah)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상 국가로 돌아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의 정당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며 제3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쟁 목표를 완수하지 못한 채 전면 중단할 경우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계속 전쟁을 이어갈 경우 외교적 고립과 국제적 비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26년 10월에는 총선이 앞둔 만큼 네타냐후 총리의 딜레마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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