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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이성필 기자] 경기 하루 전이지만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20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시내는 곳곳마다 영국인으로 인산인해였다. 경기 당일까지 빌바오를 찾는 팬들까지 더하면 얼마나 올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토트넘의 흰색 유니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빨간색 유니폼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22일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예정된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토트넘-맨유의 결승전에 맞춰 몰려오는 영국인들 덕분에 만들어진 물결이다.
동시에 빨간색과 흰색 새로 줄무늬를 바탕으로 싸우는 연고지 아틀레틱 빌바오의 유니폼을 더해 강렬한 대비가 이뤄졌다. 마치 빌바오가 양팀을 중재하는 느낌이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아스널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왜 빌바오를 방문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의 우승보다 전통의 라이벌 맨유를 응원하는 것이 차라리 좋다는 심리로 보인다. 올 시즌 무관으로 끝난 아스널이니 토트넘도 더 가혹한 무관으로 끝내라는 일종의 심술이다.
중심가인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빌바오 기차역 앞 쇼핑센터는 물론 경기장 근처 선술집(펍)에는 일찌감치 맥주병을 들고 한잔하며 취해가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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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운 점은 양팀 팬들의 태도다. 토트넘 팬들은 사람이 보이면 저마다 흥에 겨워 응원 노래를 부르기에 바빴다. 한국 취재진이 나타나자 "나이스 원 소니"로 대표되는 주장 손흥민 응원가를 서비스처럼 불러줬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옆으로 맨유 팬이 지나가자 "Glory Glory F***ing MAN UTD"를 크게 부르며 윽박지르는 모습이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장외에서 이미 응원, 조롱곡으로 진하게 묻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7-08 시즌 리그컵(카라바오컵) 우승 이후 무관의 세월을 보낸 토트넘이다. 2016-17 시즌 리그 2위가 최선이었고 2018-19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랐지만, 리버풀에 허무하게 0-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선발진 중 유일하게 남은 인물이 바로 손흥민이다. 리그컵도 2020-21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패해 준우승이었다. 팬들이 결승전 당일, 손흥민이 마법처럼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토트넘의 제3 유니폼을 입고 응원 목소리를 높인 '지미 헤일스' 씨는 "토트넘은 우승해야 한다. 그래야 하며 그렇게 해야 한다. 데스티니(운명)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손흥민이 피니셔가 됐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토트넘이 리그컵을 마지막으로 무관의 세월을 보내는 사이 맨유는 그래도 여러 우승컵을 들었다. 리그 4회, FA컵 2회, 리그컵 4회, UCL 1회, UEL 1회 정상에 올랐다. 괜히 명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다. 부잣집이 망해도 3년은 간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맨유 팬들의 태도는 여유 그 자체였다. 펍에 앉아 여유로운 태도를 취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숱한 우승을 해봤고 정상에 오르는 법을 알고 있는 맨유 팬들의 관조적인 자세였다. 토트넘 팬들이 소리치면 박수를 적당히 쳐주면서 먼 곳으로 가서 껄껄 웃는 모습이었다.
'빅6'로 묶여 있지만, 섞이기 원하지 않는 최후의 자존심이라고 봐도 무방한 은근한 무시였다. 물론 올 시즌 리그, 리그컵에도 모두 토트넘이 이긴 것은 '팩트'다. 맨유는 마지막 승부에서 이겨 다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우승하면 UCL 진출권이 따르는 1천 억 이상이 오가는 비싼 게임 머니가 걸린 단판 승부에서 양팀 팬들은 어떤 결과물을 마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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