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3시께 경기도 시흥시 에스피씨(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 작업 중이던 50대 여성 근로자 ㄱ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사진은 사고가 난 기계의 모습. 연합뉴스 |
에스피씨(SPC) 제빵공장에서 또 한명의 여성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만 해도 벌써 3명의 에스피씨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우리가 평소에 자주 먹는 빵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어야 하는가. 대체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방치할 것인가.
에스피씨삼립 시화공장에서 ㄱ(56)씨가 숨진 시각은 지난 19일 새벽 3시쯤이다. 뜨거운 빵을 식히는 ‘냉각 스파이럴’ 컨베이어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노후한 설비가 자주 삐걱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사고 위험이 상존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지난 두차례의 산재 사망 역시 비슷한 끼임 사고라는 점에서 이 회사의 생산 및 안전 관리에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고, 2023년 8월에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숨졌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거나 컨베이어벨트가 내려앉아 머리를 다치는 등 부상 사고도 지난 3년 새 5건이나 발생했다. 에스피씨는 2022년 사망 사고 발생 이후 안전 관련 투자에 3년 동안 1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처벌은 더디고 약하다. 2022년 사망 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전 에스피엘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3년 사망 사고는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검찰 송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당장 망할 것처럼 과장하지만, 실제로는 종이호랑이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중대재해법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 축사에서 중대재해법에 대해 “반드시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과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만 처벌한다. 처벌보단 안전을 우선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인 법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합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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