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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혁의 야구세상] '먼저 지으라, 그러면 그들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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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혁의 야구세상] '먼저 지으라, 그러면 그들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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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트로피카나필드[AFP=연합뉴스]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트로피카나필드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김하성(29) 소속팀인 미국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는 올 시즌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캠프 구장을 빌려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으로 인해 돔구장 지붕이 뜯겨나가는 등 크게 파손됐기 때문이다.

트로피카나필드는 199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29·30번째 구단이 된 탬파베이가 창단하던 해부터 사용한 홈구장이다.

1997년 11월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최초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개최한 KBO와 8개 구단 관계자는 단체로 트로피카나필드를 둘러보고 웅장함에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연고지인 세인트피터즈버그시는 야구단이 생기기 훨씬 전인 1990년에 돔구장을 건립했다.

당시 슬로건이 '지으라, 그러면 그들이 올 것'(Build it, They will come)이었다.


세인트피터즈버그시는 돔구장부터 먼저 지어놓고 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영화 '꿈의 구장'의 한 장면[AP=연합뉴스]

영화 '꿈의 구장'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지으라, 그럼 올 것'이라는 말은 1989년 개봉한 영화 '꿈의 구장'에서 유래했다.

이 영화 주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는 농사를 짓던 아이오와주 옥수수밭에서 "(야구장을) 지으면, 그가 올 것"(If you build it, He will come)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주변의 우려에도 옥수수밭을 갈아엎고 야구장을 짓자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블랙삭스 스캔들'을 일으킨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꿈의 구장에 나타나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만나게 된다는 환상적인 내용이다.

당시 화이트삭스 선수 중에는 최근 피트 로즈와 함께 복권된 조 잭슨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영화 '꿈의 구장'을 기념해 2021년 아이오와주 옥수수밭에 실제로 야구장을 지어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꿈의 구장'과 트로피카나필드의 공통점은 야구단이나 선수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다.

뉴욕 양키스타디움[EPA=연합뉴스]

뉴욕 양키스타디움
[EPA=연합뉴스]


뉴욕시가 2008년 무려 13억달러(약 1조8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건립한 양키스타디움은 5성급 호텔 수준의 초호화 시설을 자랑한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뉴욕시는 혹시라도 양키스가 떠날지 모른다는 우려에 거액을 투자했다.

KBO리그 9번째 구단인 NC 다이노스는 2013년 경남 창원시를 연고로 창단했다.

2010년부터 프로구단 유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창원시는 당시 최신 야구장 건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NC는 막상 팀을 창단한 후 야구장 건립 위치를 놓고 창원시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창원 NC파크[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 NC파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여곡절 끝에 2019년 현재 위치에 창원 NC파크가 완공돼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지난 3월 말 경기장 구조물이 떨어져 관중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창원시의 구장 점검 지연으로 한 달 이상 '떠돌이' 신세가 된 NC는 지난 16일부터 울산 문수구장에서 임시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NC가 울산을 임시 홈구장으로 결정하자 뒤늦게 창원시가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NC는 머지않아 창원으로 돌아가겠지만, KBO와 야구인들은 연고 지자체가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행정으로 야구단을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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