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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프런트 한몸으로 뛰었다, LG 28년 만에 첫 챔프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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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프런트 한몸으로 뛰었다, LG 28년 만에 첫 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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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챔프전 3승 후 3패
최종 7차전서 SK 눌러
40세 허일영 역대 최고령 MVP - 프로농구 창원 LG 허일영(맨 앞)이 17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팀 동료 아셈 마레이가 뒤에서 안아주며 축하했다. /뉴스1

40세 허일영 역대 최고령 MVP - 프로농구 창원 LG 허일영(맨 앞)이 17일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팀 동료 아셈 마레이가 뒤에서 안아주며 축하했다. /뉴스1


28년 만에 선 정상. 창원 LG 세이커스가 기어이 프로 농구 무대를 제패했다. 지난 17일 KBL(한국농구연맹) 리그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홈팀 서울 SK를 62대58로 따돌리고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프로 농구 두 번째 시즌(1997-1998)부터 참여한 원조(元祖) 중 하나. 지금까지 구단 이름과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상징성이 무색하게 우승 경험이 없었다. 이번에 그 한(恨)을 풀었다. 모기업(LG) 산하 프로 야구 팀 트윈스가 2023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2년 만에 농구 팀 세이커스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경사가 이어졌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여정은 험난했다. 정규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1위 SK에 3연승. 한 번만 더 이기면 첫 감격을 맛볼 수 있는 갈림길에 섰으나 내리 3연패. 체력도 바닥. 리그 역사상 첫 ‘역(逆)스위프(Reverse Sweep)‘ 굴욕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7차전에서 혈투 끝에 SK를 제쳤다. 구단주인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응원 온 ‘세바라기(세이커스 팬 애칭)’들은 선수들과 함께 벅찬 감동을 나눴다. 지난 28년간 정규 리그 1위 1번, 2위 7번, 챔피언전 준우승 2번을 하면서도 무관(無冠)으로 머물렀던 악몽을 씻어냈다. 조상현 LG 감독은 “너무 힘들었다. 챔피언전을 많이 치른 선배 감독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나는 손이 많이 가고, 찡찡대는 사람이다. 믿고 따라온 선수들이 고맙다. 프런트, 코치진, 스태프가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우승 주역은 타마요와 허일영

코트에선 필리핀 국가대표 출신 칼 타마요(202cm·24)가 ‘신데렐라 상품’이었다. 정규 리그 ‘베스트 5’에 들었고, 포스트 시즌에서 공격 핵심 축이었다. 아시아 쿼터 선수들은 대부분 가드였는데 타마요는 파워 포워드. 조상현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 사령탑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봤다. 타마요가 일본 리그에서 뛰다 계약을 해지하자 바로 영입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난 FA(자유 계약 선수) 시장에서 LG로 넘어온 허일영은 챔피언전 MVP(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1985년 8월생으로 역대 최고령 MVP이면서, 서로 다른 세 팀에서 챔피언전 우승을 차지하는 최초 기록을 썼다. 고양 오리온(2016년), 서울 SK(2022년)에 이은 3번째 환희다. 주장 완장을 차고 챔프전 7경기 123분을 뛰며 56점(평균 8점)을 넣었다. 7차전에선 14점(5리바운드)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초반 8연패… 포기 않고 개혁

조상현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두 시즌도 잘했다. 2연속 정규 리그 2위. 그럼에도 4강에서 나가떨어졌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꼬였다. 새로 영입한 베테랑 두경민과 전성현은 부상 탓에 합류가 늦어졌다. 핵심 선수 아셈 마레이마저 개막 초반 한 달간 결장하면서 한때 8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판을 다시 짰다. 양준석(2022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과 유기상(2023년 신인 3순위), 타마요 등 2001년생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편했고, 그렇게 기른 맷집에 마레이가 복귀하자 8연승과 7연승을 한 번씩 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훈련 장비·비디오 분석에 투자

LG 구단은 조 감독 요청으로 체육관 내 소회의실을 감독실 겸 비디오 분석실로 개조했다. 조 감독은 전력 분석원 2명이 전력 분석 영상과 보고서를 만들면 대형 모니터를 갖춘 감독실에서 반복해서 보며 전술을 구상했다.

LG 선수들은 축구 선수들처럼 심박수, 이동 경로, 뛴 거리, 속도 등을 측정하는 검은색 탱크톱 형태 GPS 장비 EPTS(Electronic Performance & Tracking Systems)를 착용하고 뛴다. NFL(미 프로 풋볼) 팀에서 많이 쓰는 지면반력(地面反力) 측정 장비도 들여왔다. 선수들이 점프할 때 발바닥에 걸리는 힘, 좌우 신체 균형 등 데이터를 훈련과 재활에 활용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 같은 필사의 노력에 전폭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 올 시즌 LG 농구는 극적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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