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민 기자] 한국 자동차 업계를 향한 각종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공장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인도, 동남아를 비롯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 사례다.
다만 한계도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고자 미국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공장 증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크게 들어 기업 경영진들조차 신중을 기하는 결정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에는 미국 관세, 중국 전기차 확대 등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수요를 얻어낼 수 있는 신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인도, 캐나다, 아프리카 등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한계도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고자 미국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공장 증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크게 들어 기업 경영진들조차 신중을 기하는 결정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에는 미국 관세, 중국 전기차 확대 등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수요를 얻어낼 수 있는 신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인도, 캐나다, 아프리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인도 택한 현대차그룹… 터줏대감 입김 속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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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직원들의 질문에 정의선 회장이 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이 택한 곳은 인도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인도에서 약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푸네 공장을 짓고 있고 오는 2030년까진 전기차를 5종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기아도 지난 1월 인도에서 소형 SUV '시로스(Syros)' 양산 기념식을 개최했고 전기차인 EV3, EV4도 런칭했다.
인도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인구수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 3월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도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601만 대를 생산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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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스. 사진=기아 |
유의미한 움직임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 참가해 현지 맞춤형 3륜과 마이크로 4륜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마이크로모빌리티는 전기 오토바이, 초소형 전기차 등 친환경 동력을 이용한 소형 이동 수단이다. 교통량이 많아 도로가 복잡한 인도 현지 상황에 맞춰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인도에서 시장 1위를 차지하기엔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방인' 포지션이고 인도 기반 기업인 타타 모터스와 마인드라가 현지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북인도, 남인도의 재력 차이가 매우 커 이에 따른 차량 수요도 다르고 도로 체계도 매끄럽지 않은 등 까다로운 시장 분석이 요구되는 국가 중 하나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인도 시장은 SUV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경쟁 심화 추세 속 1분기 도매 판매는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기아도 인도 시장에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인도에서 많이 팔린 신차 시로스가 매출이 높은 차량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나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나 최상위권 성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컬 업체인 타타 모터스와 마힌드라를 제외하더라도 '마루티스즈키라는 거대 기업도 있어 인도 시장은 절대 만만한 위치가 아니다"라며 "일본 혼다와 닛산이 호기롭게 인도에 진출했지만 각각 1.39%, 0.73%의 점유율에 불과한 만큼 현대차그룹 외의 기업이 인도에 진출하려면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외 캐나다·남미 시장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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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남아메리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여파로 새롭게 부상한 신시장 중 하나다. 캐나다에는 이미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기업들의 공장이 들어서 있고 남미 시장은 KG모빌리티가 수출에 앞장서는 중이다.
현대차 IR 자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캐나다 시장에서 11~1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꾸준히 입지를 지키고 있다. 지난 1984년 포니를 캐나다에 수출하기 시작해 온 현대차는 지난 2023년 약 11만9000대, 지난해에는 약 12만8000대를 판매했다.
지난 2017년 약 3만7000대의 차량을 캐나다에 수출한 기아도 2023~2024년 평균 약 6만 대 가량으로 수출량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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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캐나다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흡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상무부 국제 무역 관리 측은 "캐나다의 도로 안전 규정은 미국과 90% 비슷하다"며 "자동차 부문 규제 환경도 미국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기업들과 한온시스템 등 부품 기업이 캐나다에 진출해 있는 점도 호재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온도 등 특수성 때문에 별도의 '캐나다 자동차 안전 표준(CMVSS, Canada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을 운영 중이다. 캐나다에서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제조되는 모든 차량에 해당 규정이 적용되나 한국 타이어 기업들이 캐나다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고 한온시스템이 올해 상반기 내 전동컴프레서 공장을 신설하는 등 생산 체계를 꾸려 나가고 있어 협력 시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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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 페루 육군에 렉스턴 스포츠 공급한다. 사진=KGM |
남미 지역은 KGM의 시장 돌파가 눈에 띈다. 칠레를 중심으로 남미를 공략 중인 KGM은 지난해 7월 파라과이에서 브랜드 론칭과 토레스 신차를 출시했으며 올해 3월에는 페루에 관용차 공급 확대와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GM은 지난해 페루에 관용차용으로 무쏘 스포츠 400대를 공급했으며 올해 물량을 2000여 대까지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무쏘 그랜드를 현지 조립하며 앰뷸런스 특장 개발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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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토레스. 사진=KGM |
칠레에서는 픽업 차종 대상 플릿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판매 확대를 지속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상고가 증대된 픽업 런칭 등 중남미 시장용 특화 버전 출시를 통한 추가 물량 창출도 노린다. 플릿 시장이란 자동차를 팔 때 개인 고객이 아니라 관공서와 기업 등 법인, 렌터카, 중고차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KGM은 올해 판매량 13만5000대 중 약 9만 대 가량을 수출 판매량으로 잡은 만큼 남미 시장 수출에도 많은 공을 들일 예정이다. 곽재선 KGM 회장은 지난 2023년 미국 같은 대륙 시장들도 있지만 아프리카, 남미 등 작은 나라에서도 자동차는 필요하다"며 "KG모빌리티가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파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양한 시장을 다변화된 방법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바 있다.
부품 공급 해결된다면… 아프리카도 가능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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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대륙도 있다. 바로 아프리카다. 지난해 5월 켈레 케베츠웨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은 "오는 2035년까지 아프리카에 매년 500만 대의 새로운 자동차가 필요하지만 현재 생산 능력은 150만 대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잘 알고 있고 우리는 이들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나나 안도 단콰 아쿠포아도 전 가나 대통령도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기아와 함께 산업 현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가나를 서부 아프리카의 제조 허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어필했다. 현대차그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조립 공장을 만든 데 이어 에티오피아, 가나, 나이지리아 등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에서 "현대차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약 30만 대의 자동차를 팔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프리카는 멀지만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품 공급, AS 등 정비 네트워크 확대 등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아프리카는 도로·기후 환경이 험난하고 차량을 오래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 소모품 교체와 정비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영어와 토착어 등 언어 이슈도 무시하기는 곤란한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는 자동차 부품의 8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현지 부품 산업의 기술력과 공급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완성차 판매와 동시에 소모성 부품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며 "(아프리카는) 온도, 비포장 도로, 먼지 등 특수한 도로 환경이 많아 내구성이 뛰어난 차량이 선호되는 만큼 내구성과 성능을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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