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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런던 연고 중형 클럽으로 1905년 창단된 크리스털 팰리스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고, 구단 창단 120년 만에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팰리스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에베레치 에제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팰리스는 1990년과 2016년 두 차례 FA컵 결승 패배의 아픔을 씻고 구단 창단 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만끽했다.
동시에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확보하면서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선제골의 주인공 에제와 수많은 선방을 보여준 딘 헨더슨 골키퍼는 결승전 뿐 아니라 대회 전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팰리스의 기적을 이끌었다.
반면 맨시티는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치는 좌절을 맛봤고, 클럽 레전드 케빈 더브라위너의 작별 무대는 아쉬움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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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이 이끄는 팰리스는 3-4-2-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헨더슨이 골문을 지켰고, 마크 게히, 막상스 라크루아, 크리스 리저츠가 스리백을 구축했다. 양쪽 풀백에는 타이릭 미첼과 다니엘 무뇨스가 배치됐고 중원에는 애덤 워튼과 가마다 다이치가 호흡을 맞췄다. 2선에는 이스마일라 사르와 에베레치 에제가, 최전방에는 장 필리프 마테타가 출전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4-2-3-1 전형을 선택했다. 슈테판 오르테가가 골키퍼 장갑을 낀 채, 마누엘 아칸지, 후벵 디아스, 요슈코 그바르디올, 니코 오라일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에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더브라위너가 자리했다. 2선에는 사비뉴, 오마르 마르무시, 제레미 도쿠가 최전방 원톱 엘링 홀란을 보좌하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전반 초반은 맨시티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시작됐다.
전반 6분 더브라위너가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홀란이 다이빙하며 발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를 헨더슨이 왼손으로 막아냈다. 이후에도 시티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팰리스를 밀어붙였지만, 헨더슨 골키퍼의 계속되는 선방에 찬스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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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흐름은 전반 16분 팰리스의 반격에서 뒤바뀌었다. 후방에서 길게 날라오는 패스를 마테타가 중앙에서 공을 지키며 가마다와 연계했고, 오른쪽에서 오버래핑한 무뇨스에게 연결됐다.
무뇨스는 박스 안으로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고, 에제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맨시티 수비수 아칸지를 앞질러 깔끔한 오른발 발리 슛으로 마무리했다. 슈팅은 맨시티 골키퍼 오르테가가 손쓸 수 없는 방향으로 향했고, 팰리스는 선제골을 기록하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팰리스는 무뇨스를 중심으로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며 추가골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0분 에제가 측면으로 연결한 패스를 받은 무뇨스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사르가 어려운 자세에서 슛을 시도했지만 오르테가가 간신히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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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4분에는 논란이 발생했다. 맨시티 수비수 그바르디올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긴 패스를 시도했고, 이를 받은 홀란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헨더슨이 박스 바깥으로 나와 손으로 공을 건드리는 장면이 있었고, VAR 판독이 이어졌다.
맨시티 측은 명백한 핸드볼이며 득점 기회를 저지한 반칙이라며 퇴장을 요구했지만, VAR심은 이를 '명백한 득점 기회'로 판단하지 않았고 헨더슨은 경고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 이 판정은 경기 전체 결과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효과는 전반 33분 맨시티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데서 곧바로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실바가 공을 살리려다 미첼의 태클에 걸렸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마르무시의 강한 슈팅을 헨더슨이 오른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이어지는 홀란의 리바운드 슛도 몸을 날려 막으며 골문을 지켰다.
전반 막판에도 헨더슨의 선방은 이어졌다. 전반 43분 도쿠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헨더슨은 몸을 날려 다시 한 번 선방했고, 이후 이어진 공격도 팰리스 수비가 겨우 막아냈다. 팰리스는 전반을 1-0으로 마치며 리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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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서도 맨시티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후반 3분 홀란에게 올라가는 크로스를 리처즈가 어렵게 걷어내며 결정적인 기회를 저지했고, 5분에는 에제가 박스 밖에서 시도한 슈팅을 아칸지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이후 후반 13분에는 팰리스가 추가골을 넣은 듯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리처즈의 롱스로인을 무뇨스가 잡아 슛했고 이 공이 사르를 맞고 굴절되며 맨시티 수비진이 처리하지 못하자 무뇨스가 다시 쇄도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VAR 결과, 사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맨시티는 이후에도 수차례 찬스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 27분 더브라위너의 슛은 라크루아에게 차단됐고, 후반 추가시간에도 교체 투입된 클라우디오 에체베리가 두 차례 결정적인 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헨더슨에게 막혔다.
결국 10분의 추가시간에도 팰리스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역사적인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 후 글라스너 감독은 "우리는 이번 우승으로 단지 FA컵 트로피만이 아니라, 클럽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판정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우승은 결과가 결정한다"며 허탈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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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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