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음보다 데이터가 더 쉽게 열리는 시대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도, 쇼핑도, 친구와의 연락도 다 해결하는 세상에서 유심 해킹은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치명적 허점이다.
최근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 유심은 단순한 ‘칩’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열쇠다. 그런데 그 열쇠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복제됐다.
최근 일부 보도에 따르면 유심 해킹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여러 건 접수됐다. 유심이 복제되거나 도용돼 인증번호가 제3자에게 넘어가면서 피해자의 금융 서비스나 SNS 계정에 무단 접근이 시도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는 계좌에서 알 수 없는 출금 내역이 확인됐고, 일부는 SNS 계정 접근이 차단됐다는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전에 인지하거나 동의한 절차 없이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통신사는 이에 대해 유심 발급과 변경 과정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는 그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안 검증의 허점과 사고 발생 후의 미흡한 고객 대응으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은 분노했다. “이렇게 쉽게 해킹될 수 있다면 통신사를 어떻게 믿고 내 정보를 맡기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이슈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보안 감수성과 책임 의식을 묻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보안은 단지 기술자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를 보호하려는 모든 조직의 기본적인 윤리다. 이윤만을 좇는 시스템 속에서 사용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릴 때 우리는 사회 전체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층, 청소년,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한 일반 사용자들은 더 큰 피해를 입기 쉽다. 이들은 본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이 악용되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당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은 이들을 위한 보안 교육과 기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의 장벽을 낮추고, 보안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진짜 디지털 포용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유심에 핀(PIN) 번호를 설정하고 통신사에 유심 교체 제한을 요청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심(eSIM)을 사용한다면 기기 잠금과 일회용 비밀번호(OTP) 이중 인증을 반드시 활성화해야 한다. 주요 계정에는 로그인 알림을 켜두고 2단계 인증은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보안은 결국 기술과 습관이 함께 갈 때 강해진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구제 절차가 얼마나 복잡하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 위해 수차례 진술과 서류 제출, 직접 방문 등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명백한 시스템 오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스스로 입증을 요구받는 현실은 2차 피해를 낳는다. 해킹 자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다.
비밀번호는 바꾸면 되지만 신뢰는 한 번 털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 유심 해킹 사건은 해커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사회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다. 통신사는 기술 중심의 보안에서 사람 중심의 신뢰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우리는 통신사를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그러나 그 연결이 허술하다면 세상에 가장 먼저 털리는 것도 우리 자신일 것이다.
디지털이 곧 인프라인 시대,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그 보안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진짜로 물어야 한다. ‘당신이 가진 기술은 사람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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