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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의제 실종된 대선, 그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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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의제 실종된 대선, 그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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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주최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4월27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주최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주요 정당의 10대 공약에서 여성·젠더 공약이 제외되는 등 여성·성평등 의제가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성평등 공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성차별적 발언 논란이 메우는 모습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가락시장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현진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이렇게 좀 뽑아서…‘가락시장 홍보대사님’으로 임명장을 하나 (주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가락시장이 있는 서울 송파을을 지역구로 둔 재선 국회의원이다. 여성 의원을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이 아닌, ‘장식품’인 양 여기는 차별적이고 퇴행적인 여성관을 드러낸 것이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출산 가산점’ 발언도 파장이 크다. 김 의원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10대 공약에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 공약은 담긴 반면, 여성 공약은 없다고 항의하는 시민에게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 정도로 여기며, 출산·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발언이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비교해도 유독 성평등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주요 정당 후보들은 10대 공약에 여성 공약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노동, 소상공인 정책 공약에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여성 자영업자 안전 강화 등을 부차적으로 배치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여성 안심 평등사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희망복무제’로 여성 전문군인을 확대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여성 정책이나 성범죄 대책은 전무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부처 통폐합’을 내세워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강화하고, 여성 임신중단권 보장과 미혼출산지원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여성·성평등 정책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등 여성·성평등 정책을 크게 퇴보시켜왔다. 2030 여성들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퇴행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다. 그저 대선 표심에 급급해 여성 주권자가 직면한 성차별 현실을 외면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평등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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