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첫날 연설서 약속… 극찬 일색
시리아 정상과도 만나... 25년 만
투자 확보 혈안… 이례적 동맹 강조
네타냐후와 알력, 이란엔 유화 손짓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중동 파트너가 이스라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바뀌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이 깊어진 듯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달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갈수록 더 찬밥 신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흘 일정 중동 순방 첫날인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의 연사로 나섰다.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의 시작을 알린 이 연설을 통해 그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간 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짧게 만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이제는 그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라며 “시리아에 행운을 빈다”고 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듬해인 2012년 시리아와 단교했고 인권 침해 등 이유로 아사드 정권의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에 의해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알샤라 과도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제재는 유지됐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절연했다는 과도정부 주장을 서방이 완전히 믿지 못해서다.
시리아 정상과도 만나... 25년 만
투자 확보 혈안… 이례적 동맹 강조
네타냐후와 알력, 이란엔 유화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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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중동 파트너가 이스라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바뀌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이 깊어진 듯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달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갈수록 더 찬밥 신세다.
리야드 사랑
트럼프 대통령은 나흘 일정 중동 순방 첫날인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의 연사로 나섰다.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의 시작을 알린 이 연설을 통해 그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간 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리야드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짧게 만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이제는 그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라며 “시리아에 행운을 빈다”고 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듬해인 2012년 시리아와 단교했고 인권 침해 등 이유로 아사드 정권의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에 의해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알샤라 과도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제재는 유지됐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절연했다는 과도정부 주장을 서방이 완전히 믿지 못해서다.
새 시리아 정부에 처음 손을 내민 나라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였다. 전임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맹주이자 사우디의 역내 라이벌인 이란의 지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철회 후 “왕세자를 위해 내가 한 일”이라고 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립 박수를 쳤다. 시리아 과도정부 아사드 알샤이바니 외무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성명을 올려 “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해 준 사우디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믿기 힘들게 대단한 남자” “그런 사람 또 없다” “정말 감사하다, 친구” 무함마드 왕세자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은 종일 이어졌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이탈리아를 먼저 찾기는 했지만 정상 외교를 위해 그가 미리 첫 방문을 계획한 국가는 사우디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도 리야드에서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매력은 돈이다. 당초 이번 순방의 목적은 투자 유치와 수출 기회 확보라는 게 외신들 분석이었다. 이날 미국은 사우디와 6,000억 달러(약 850조 원) 규모의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거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내 바람은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합류하는 것”이라면서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며 압박을 자제했다.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이례적인 언급도 했다. 평소 그는 동맹과 적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패싱 또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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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배웅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함마드 왕세자와 정반대 취급을 받고 있다. 중동 내 미국의 전통적 맹방은 늘 이스라엘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 3개국을 찾으며 이스라엘을 빼놓았다. 최근 미국이 예멘의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와의 휴전 합의를 이스라엘과 미리 조율하지 않은 데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직접 인질 협상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시리아 제재 해제는 후티 반군과의 휴전 협상에 이어 트럼프가 이스라엘이 우선시하는 정책을 거스른 또 하나의 사례”라고 전했다.
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레바논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등 역내 대리 세력들의 와해로 이란이 약해졌을 때 함께 공격하자는 이스라엘의 제안도 전쟁을 워낙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이날 포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과거 갈등을 끝내고 새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며 유화 손짓을 했다. “영원한 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올리브 가지(화해 손길)를 거부하면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협상 재촉이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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