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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별세

조선일보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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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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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자신의 1987년식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5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자신의 1987년식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린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90)이 13일 별세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식도암으로 투병해 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고 알려졌다.

무히카의 ‘중도 좌파’ 노선 동지이자 승계자인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 X에 “저의 동지, 무히카 전 대통령이 정말 그리울 것”이라며 별세 소식을 전한 뒤 “그는 대통령, 활동가,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었다”고 애도했다.

1935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난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1970년대 우루과이 좌파 무장 조직 ‘투파마로스(Tupamaros)’에서 활동하다 여러 차례 투옥됐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에는 약 15년간 수감돼 혹독한 고문과 외로운 독방 생활을 견뎠다.

1985년 민주화 이후 석방된 그는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창당하고 국회의원과 축산농림수산부 장관 등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 우루과이 제4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국가 공관이 아닌 수도 외곽의 허름한 농가에서 배우자와 살았다. 또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1987년산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며 소탈하고 검소하게 생활해 많은 이의 존경을 받았다. 중동의 한 부호가 그가 타던 비틀을 구매하고 싶다며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난 그 차에 애정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거절했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지난 2월 우르과이 몬테비데오의 농장에서 전기차를 몰고 있는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신화 연합뉴스

지난 2월 우르과이 몬테비데오의 농장에서 전기차를 몰고 있는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신화 연합뉴스


그의 검소한 삶의 방식을 보며 사람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정작 “나는 다 가졌다”고 했다. 그는 2014년 CNN 인터뷰에서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가난이란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아온 방식이자 국민 대부분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그는 여러 급진적 사회 정책을 펼쳤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우루과이 경제 발전, 빈곤 탈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다만 가톨릭 국가인 우루과이에서 낙태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세계 최초로 기호용 대마초 사용을 허가한 조치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BBC는 “그러나 그는 그 지역(남미)의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리 결코 부패 혐의를 받거나 자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우루과이 사람들은 그를 ‘엘 페페(El Pepe)’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스페인어로 ‘우리 호세씨’란 뜻인 ‘엘 페페’는 친근한 인물에게 붙인다. 그의 별세 소식에 우루과이인들과 이웃 나라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도 애도를 표했다.

대통령 퇴임 후에도 종종 대중 앞에 섰던 그는 암 진단 이후 “모든 젊은이에게, 인생은 아름답지만 낡고 넘어질 때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고, 화가 나면 이를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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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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