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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대법관 증원, 재판 더 늦어져 국민에 불이익”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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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대법관 증원, 재판 더 늦어져 국민에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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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원조직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 법안에 관해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며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늘면 재판 확정 더 늦어져...‘재판소원’은 부익부 빈익빈 부를 것”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에서 한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천 처장은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안에 대한 질의를 받고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원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돼 재판 확정이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영국과 미국은 우리보다 대법관 수가 적고, 독일과 프랑스는 (대법관 구성이) 부장 법관과 기타 법관으로 이원화돼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치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대법관 수를 증원하면 국민에게 큰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이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건이 장구한 세월과 돈,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4심에 가서야 확정된다면, 이를 감당할 자력이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이 재판 과정에도 나타나는,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韓 헌법재판관 지명 헌법적으로 문제 있다고 판단"

천 처장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의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헌법재판관 지명을 했을 때 서울고법 부장판사 한 분도 (후보로) 지명됐었다”며 “그런데 대법원장께서 인사권자임에도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통상의 경우와 달리 대법원에 인사 발령을 하지 않고 두셨다”고 말했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나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을 바로 처리하겠다고 모의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 주장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천 처장은 “대법원장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대법원장께서 헌법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믿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민 “尹 사건 재판장, 접대 의혹“...국민의힘 ”증거 밝혀야"

한편, 이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시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관련 사진도 확보했다고도 했다.

그는 “재판부터 직무배제하고 당장 감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뇌물죄가 성립되거나 적어도 청탁금지법 8조 1항은 무조건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접대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부터 윤석열 재판은 왜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가는지 관련성을 다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 지금 답변드리기는 어렵다”며 “자료를 주시면 독립된 기구인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법관에 대해서 의혹 제기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로비가 이뤄졌고 그것에 대한 증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그런 것 없이 좌표 찍기를 하는 것은 예전에 베네수엘라에서 법관을 압박하거나 겁박할 때 쓰던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거와 내용이 공식적으로 접수되면 윤리감사실에서 절차에 따라 살펴볼 것”이라며 “다만 의혹이 있다는 말만으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탄복 입고 온 곽규택 “李 ‘사법 피해자’ 프레임은 쇼”...정청래 “귀엽다”

한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방탄복을 입고 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다녀서 비슷한 옷을 입고 와 봤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이 후보가 입는 방탄복은 ‘사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이 후보는 아무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데, 스스로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어 방탄복을 입고 다닌다”며 “법원에서 판결하는 것을 가지고도 자기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유세 현장에 사제 폭탄을 설치한 것 같다는 이상한 제보를 바탕으로 방탄복을 입고 다니더라”며 “그런데 이 후보를 해치려는 사람 아무도 없다.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곽 의원은 정청래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도 했다. 그는 “이 법사위에는 저와 3m 거리 내에 전직 테러리스트, 사제폭탄을 만들어서 터뜨리려고 했던 사람이 앉아있다”며 “그것도 미국 대사관저라고 본인이 자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방탄복을 안 입고 들어올 수가 있겠냐”고 했다. 정 위원장이 1989년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사제 폭탄을 터뜨린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방탄조끼까지 입고 오신 것으로 봐서 잘했는데, 곽 의원은 (이재명)급이 아니니까 그냥 벗으시라”며 “무겁고 덥고 별로 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 귀여웠다”라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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