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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에 자수로 새긴 여성노동사 이야기…홍영인 개인전

연합뉴스 황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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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에 자수로 새긴 여성노동사 이야기…홍영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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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전시…작품과 연계한 즉흥 퍼포먼스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태피스트리 모습[사진 황희경]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태피스트리 모습[사진 황희경]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현계옥과 정칠성, 제주에서 반일투쟁을 이끈 해녀 부춘화와 김옥련, 부덕량, 청계피복노동조합의 신순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을 외쳤던 강주룡…. 여성 노동사의 이야기들이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와 자수로 재탄생했다.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영인 작가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노동사의 이야기를 전시장으로 불러들였다.

작가는 40m 길이의 삼베 태피스트리에 이들의 이야기를 자수로 새겨넣었다. 태피스트리는 전시장 중앙에 원형으로 배치돼 관객들이 태피스트리를 따라 마치 의식을 치르듯 한 바퀴 돌면서 자수로 새겨진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태피스트리 세부 모습[사진 황희경]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태피스트리 세부 모습[사진 황희경]


태피스트리 주변에는 놀이 기구 같은 9개 조각이 놓였다. 작가가 동물원에서 관찰한 동물들의 놀이기구에서 착안한 것들이다. 머리에 짐을 받칠 때 쓰는 똬리, 제주 전통굿에서 사용된 종이 무구(巫具)인 '기메', 동물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장치 등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수공예 조각들이다. 짚과 골풀, 버드나무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한 이들 작품은 공예 장인들과 협업해 제작했다.

전시작들은 모두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네 명의 동작 퍼포머들과 한 명의 드러머가 각각의 조각 작품과 태피스트리에 새겨진 역사적 장면에 반응해 전시기간 다섯차례 즉흥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장은 퍼포먼스가 일어나는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빈 무대"라며 "퍼포먼스까지 염두에 두고 전시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시 내용만 보면 복잡할 수 있지만 퍼포먼스에 모든 내용이 녹아 나오는 만큼 직접 보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사진 황희경]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전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사진 황희경]


퍼포먼스 작업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선언'(Statement)이라면, 사운드 설치 작품 '우연한 낙원'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같은 작업이다.

별도 전시 공간에 설치된 '우연한 낙원'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처음 두루미를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인 글 '두루미와 나'에서 출발했다. 작가 자신과 두루미, 중세 페르시아 시인 등 세 화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텍스트가 스크린에 비추는 동시에 작가의 목소리로 낭독된다. 작가의 목소리는 두루미 울음소리로 변형돼 공간 중앙에서 재생되고 공간 측면의 4개 스피커에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집한 자연의 소리가 배경음으로 울려 퍼진다.


작가는 "두루미를 처음 만난 시점부터 글을 쓰고 작업한 여정을 담았다"며 "개인적인 서사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퍼포먼스는 이달 24일과 6월 14·28일, 7월 12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유료 관람.

같은 기간 아트선재센터 1∼2층에서는 스페인 현대미술 작가 10명을 소개하는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전이 열린다. 초청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예술재단인 TBA21 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의 현대미술 소장품 1천여점 중 선정한 작품들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스페인문화부가 후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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